세살마을 운동, 경원대·서울시·중앙일보 함께합니다 ⑥ 우리 아기 언어 능력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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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언어발달, 학교 학습에도 영향

신생아는 생후 14개월 정도 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두 마디 할 수 있다. 아기들은 생후 12~24개월까지 부모가 주변 사물들의 이름을 말해 주고, 환경을 설명해 주는 것을 정말 즐겁게 듣는다. 18개월 정도 되면 대체로 단어들을 급속하게 말하고, 단어들을 조합한다.

만 3세쯤이면 교육하지 않아도 제법 문장다운 문장으로 말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후 아기의 말은 점점 완전해진다.

그러나 언어는 아기 혼자 스스로 창작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아기가 말을 할 수 있기까지 수없이 많은 말을 들어야 하며, 자신의 말에 대한 많은 반응을 경험해야 한다. 이 같은 양질의 언어 경험이 없으면 절대 말을 잘할 수 없다.

언어 기술은 나중에 읽기·쓰기의 기초가 되며, 학교 학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아가 삶의 질에 총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부모는 아기의 언어 발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최대한 양질의 언어 경험을 제공토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라면 영유아기의 언어 경험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언어 기술은 단기간의 집중 교육으로 뚝딱 익히는 게 아니다. 언어 발달을 위해 아기가 눈떠 있는 모든 시간에 부모는 아기와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는 게 좋다.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도 엄마의 말에 웅얼거림이나 옹알이로 반응하고 미소로 답한다. 엄마가 다시 반응하면 아기는 말은 ‘주고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곧 대화로, 의사소통으로 바뀐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경험하지 않으면 아기는 결코 언어와 사고의 습관을 익힐 수 없다.

아기가 비록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엄마는 모든 상황에서 정성을 다해 가능한 한 많은 말을 해 주는 것이 아기의 언어발달을 도울 수 있다. 목욕을 시킬 때나 음식을 먹일 때, 그리고 TV를 보면서도 무슨 말이든지 끊임없이 들려주고, 아기가 말을 할 때는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기가 말을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결과적으로 아기는 많은 말에 노출되는 것이며, 그럴수록 더욱 유능한 언어학습자로 변해 간다.

둘째, 아기들은 노래를 좋아한다. 아기에게 가능한 한 많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노래는 언어를 쉽게 배우게 할 뿐 아니라 재미있게 배우게 할 수 있다. 노래는 자동차·목욕탕·길거리 등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노래를 통해 아기는 교대하기·말하기·움직이기·듣기·지시 따르기 등 언어학습에 꼭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운다. 노래는 어떤 노래나 다 좋지만 가능하면 아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고른다. CD나 DVD 등으로 노래를 들어도 좋지만 가능하면 엄마와 함께 직접 노래한다.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에 관한 말을 주고받을 수 있고, 노래 속에 나오는 말을 아기에게 맞는 적절한 다른 말로 바꿔 부른다. 동작도 하면서 부르면 아기에겐 신나는 경험이 된다. 아기는 노래에서 리듬을 느끼고 즐길 뿐만 아니라 말의 리듬까지 만들어 내는 언어적 유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CD나 DVD로 노래를 들을 때는 아기 혼자 듣는 것보다 엄마와 함께 듣는 것이 더 좋다.

셋째, 놀이를 통해 아기의 언어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놀이는 한마디로 ‘아기가 즐기는 활동’이다. 놀이 속에서는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며 그 속에서 언제나 말을 하고 듣는 활동을 한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교대로 말을 하며, 몸짓으로 말을 하기도 한다. 즉 언어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놀이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 반복적인 경험은 아동이 배워야 할 것들을 쉽게 배우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아기는 놀면서 모든 감각을 이용한다. 과자를 만지작거리며 맛을 보고 이리 저리 살피면서 과자에 대해 말을 주고받는다. 결국 놀이는 언어적 창의성을 신장시킨다.

가지고 놀 물건이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양육자가 아기의 눈·코·입·머리·배꼽 등 신체 부위를 가리키면서 이름을 묻는 것도 즐거운 놀이다.

놀이 시간은 길 필요가 없다. 5분에서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아기가 놀이를 재미있어 하더라도 아기들에게는 휴식과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잠자기 전 책 읽어주기, 시기 빠를수록 좋아

넷째, 아기와 함께 매일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책 읽는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책 읽을 때의 편안함을 즐기기 때문이다.

책의 그림과 글자를 들여다보며 부모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독서 태도, 그림과 글자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첩경이다. 책 읽기를 통해 아기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낱말들을 듣게 되고, 새 낱말에 흥미를 보인다.

잠자기 전이나 여러 가지 일로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택해 아기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편안하게 읽어주면 된다(표 참조). 처음에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다 읽어 줄 필요는 없다.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듯 리듬감 있게 읽어주면 된다.

책 속에 있는 동물·색깔·물건들의 이름을 말해 주고, 아기도 그것들을 가리키면서 이름을 말해 보게 한다. 반드시 새 책을 골라 읽어 줄 필요도 없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도 좋다. 아기들은 구두 언어와 문자 언어를 모두 좋아한다.

이차숙 경원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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