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일 의원 선거참모 3명 작년 총선 상대후보 측 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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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7대 총선에서 당선한 의원 측이 유력 경쟁후보의 측근 집에 고성능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불법으로 도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6일 17대 총선 당시 전남 해남-진도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의 측근 집을 도청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민주당 후보로 당선한 이정일 의원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 김모(63.해남군의회 의원)씨를 구속했다.

이 의원 측의 자금 담당 문모(43)씨와 운전기사 김모(48)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4일 상대 후보 진영을 탐색하기 위해 서울 H심부름센터에 1100만원을 주고 의뢰해 열린우리당 후보 측에서 활동하던 홍모(70.해남군의회 의원)씨 집에 도청기를 설치하고 같은 달 7일까지 대화 내용을 녹음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 2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홍씨의 해남 집을 수색, 거실 의자 방석과 나무 사이에 설치된 도청기를 찾아냈으며 김씨 등 3명을 연행해 도청 지시 여부, 도청 내용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이 도청기는 길이 5㎝, 폭 2㎝에 안테나가 달려 있으며 100m 이내까지 도청이 가능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열린우리당 소속 전 군수와 후보 집에도 도청을 시도했으나 사람이 많아 여의치 않자 홍씨 집에만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민모씨와는 수십년 동안 동고동락해 온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주당 이 의원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구지검은 지난달 전국 심부름센터에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한 조직에 대해 수사를 하던 중 H심부름센터 업주 김모(47.다른 사건으로 구속)씨에게서 해남 지역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는 진술을 받아내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 이 의원의 보좌관 김명로(41)씨는 "이 의원은 전혀 모르고 있는 사안이어서 진위를 자체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4일부터 11일까지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한편 홍씨는 "나 개인의 사생활이 지금껏 완전히 노출됐다는 점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도저히 그대로 넘길 수 없으며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해 대처하겠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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