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대 총장 ‘선거 부정’ 축소수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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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주교대 교수 20여 명은 5월 있었던 대학 총장 선거와 관련된 비리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제출했다. 교수들에 따르면 전주지검은 지난달 중순 전주교대 총장 선거 당선자인 유광찬(초등교육과) 교수를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돌린 혐의(교육공무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 교수는 선거를 앞둔 2~4월 주변의 교수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사진 액자·허브 비누·향수·골프공 등 총 8만원어치의 선물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은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경우 선거 6개월 전부터 유권자에게 일체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당선자는 9월 1일 총장에 취임할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기소를 하면서 임용이 유보된 상태다.

유광찬 전주교대 총장 당선자가 총장 선거를 앞두고 교수들에게 돌린 물품들.

진정서를 낸 교수들은 유 교수가 뿌린 물품의 금액이나 대상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크게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교수 5명이 경찰 조사에서 액자와 비누 등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도 검찰은 3명의 교수가 8만원대의 물품을 받은 것으로 조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제공된 식사 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금액은 20만원이 넘는다. 실제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허브 비누는 판매가격이 2만3000원인데도 검찰 조서에는 1000원으로 돼 있다.

교수들은 진정서에서 유 교수가 다른 교직원들에게도 선물을 돌린 사실이 확인되는데 검찰이 이 부분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음악과의 한 교수는 “‘같은 소속의 교수 5명 모두가 난 화분을 받았다’고 e-메일을 통해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들 난 화분은 시중에서 5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초등교육과 교수들은 비누·향수를, 학생처 직원들은 사진 액자를 받았다는 게 진성서를 낸 교수들의 주장이다.

전주교대 박모 교수는 “물품 제공 금액이 10만원을 넘을 경우 벌금(통상적으로 10배 이상 적용)이 최소 100만원 이상 나와 당선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찰이 의도적으로 축소 수사를 한 것 아니냐”며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공정한 사회 만들기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식 전주지검 차장은 “선거 기간 중 물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선거와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부분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며 “다른 혐의가 드러나면 언제든지 추가로 수사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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