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기도 안양에 있는 노루홀딩스의 중앙연구소 ‘신소재연구실’에서 한 연구원이 플라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플라스크에 든 액체를 원료로 해 전자종이가 만들어진다. [김태성 기자]
“얇게 만들려면 액체로 만들어 바르는 것 만큼 좋은 게 없죠.”
LCD나 LED는 화소마다 소자가 패널에 빛을 발사해 형상을 표시한다. 반면 전자종이는 색을 내는 잉크를 담은 캡슐을 판에 골고루 뿌린 뒤 판에 전기신호를 보내면 캡슐에 담긴 특정 색이 위로 올라오면서 원하는 형상이 나타나는 원리다. 당연히 LED 등보다 훨씬 얇고, 캡슐을 바르는 기판에 따라 진짜 종이처럼 휘거나 접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존의 킨들 같은 전자책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디스플레이업체가 휘는 전자종이를 개발한 상태다.
현재 미국 제품에 들어있는 캡슐의 크기(30~50㎛)를 20㎛ 수준으로 줄이고, 흑백만 표현되는 잉크를 컬러로 구현해 낸다는 목표도 세웠다. 특히 컬러 구현 기술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바가 없다. 먼저 개발하는 곳이 미래시장을 선점한다.
반응속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아마존 킨들의 반응속도는 0.2~0.3초다. 이 정도로는 동영상을 볼 수가 없다. 0.05초까지 낮춰야 자연스러운 동영상 감상이 가능하다. 노루홀딩스 이주길 중앙연구소장은 “캡슐에 담긴 잉크가 전기신호에 반응하는 속도를 높이면 컬러로 된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광고 분야에서 전자종이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하철 광고만 하더라도 지금은 새로운 광고를 싣기 위해 일일이 광고용지를 바꿔야 한다. 전자종이는 이런 불편을 덜 수 있다. 전기신호를 보내 한 번에 쫙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번 바꾸면 더 이상 전기를 쓸 일도 없다. 전자종이는 전력이 꺼져도 화면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광고 외에도 전자의류부터 군사용품까지 전자종이의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디스플레이 서치’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자종이 시장은 2010년 10억9000만 달러에서 2012년에는 24억 달러, 2014년에는 48억5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전자종이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과 소재 가운데 노루홀딩스가 도전하는 이미지 필름(캡슐을 얇게 바른 막)은 전체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노루홀딩스는 65년 동안 페인트 소재인 고분자 물질에 대해 연구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지 필름 분야를 맡았다. 삼성전자는 이 필름을 붙일 기판 소재 개발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덕성하이텍과 도레이 첨단소재 등 6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듈 전체를 완성하는 형식이다. 정부는 여기에 3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당장 이 소재의 수입을 대체할 뿐 아니라 6000만 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일자리도 2000개나 새로 생길 전망이다. 계속 커지는 시장인 만큼 2017년에는 수출이 13억 달러까지 확대되고 일자리도 3만3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취재팀=최현철·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