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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농촌'으로 농업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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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99년 4월 1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ADSL 초고속인터넷이 상용화된 이래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세계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를 기록하며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농어촌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전국 126만 농가의 33%인 42만 가구에 PC가 보급됐고, 50가구 이상인 마을에는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됐다. 농수산 정보망에는 농수산물 생산과 유통, 가격 등 양질의 콘텐트가 수록돼 농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손쉽게 친환경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농어촌 정보화 현실은 이러한 외형적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농어촌 마을의 주민 20%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젊은이가 없다 보니 인터넷 활용기반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작은 마을에는 인터넷은 물론 PC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이 있어도 극히 일부만 이용하고 농촌 마을 소득증가와 전혀 연결돼 있지 않다.

필자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의 습득과 소통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두고 도농 간 정보화 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농어촌 정보화를 위한 보다 실효성있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최적기라는 판단으로 다음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농어촌 정보화는 고령자 복지와 농촌의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추진돼야 한다. 심각한 농어촌 고령화 현상은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정보화를 통해 적극 해결하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 노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치매 방지용 온라인 게임 및 농수산 콘텐트를 개발.보급한다면 보다 실효성있는 농어촌 정보화 및 소득창출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농어촌 정보화는 유비쿼터스 로봇 개발 등 IT 839 전략과 연계돼야 한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마이크로칩을 소에 심어 질병.건강상태를 체크하거나, 친환경 농수산물 생산을 위해 온도.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기술을 통해 의료혜택이 열악한 농어촌 주민의 건강 체크를 위한 정보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일손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 개발 또한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교육기관을 정보화 주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의 예를 들면 9만명 인구에 학생 1만명 중 초등학생 5000명, 고등학생 2000명으로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다. 지역 내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학생이 고향에서 첨단 벤처농업.벤처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 IT.영농전문 교사를 적극 활용해 군 농촌마을에서 벤처농업을 일으키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농어촌정보화 추진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는 정보화를 위해 시.군 단위의 지방자치단체를 주축으로 교육단체장.관계기관장.지역 기업인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농어촌 유비쿼터스 추진회의'(가칭)를 구성하고, 실행기구로 '유비쿼터스 센터'(가칭)를 설치해 초고속인터넷.홈네트워크.지능형 로봇 등 정보환경 구축을 주도하는 농어촌정보환경연구센터 및 노인 정보화 교육기관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 정부에는 정보화 이론을 총괄 제공할 수 있도록 '농어촌 유비쿼터스 정보환경연구원'(가칭)을 두고, 특히 각 군 단위에 지회를 두고 있는 새마을운동본부와 연계, 농어촌 정보화를 통한 소득증대를 꾀하는 '디지털 새마을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경쟁적으로 시행했던 시범마을 단위를 군 단위로 확대, 시범자치단체를 지정함으로써 전 세계 어떤 정보화 마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정보화 사례로 육성, 이를 타 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10년 계획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리 농어촌은 이제 시장개방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맞서야 한다. 앞으로 국내 농어촌 경쟁력의 핵심이 정보화 수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도농 간 균형발전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화를 통한 국내 농어촌 경쟁력 향상과 농어촌 자활기반 마련을 위한 실효성있는 정책방향 모색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신윤식 前하나로텔레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