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우려" 뚝섬 상업지 매각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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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건설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 뚝섬 역세권의 대규모 상업용지 매각 절차가 부동산 경기를 과열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취소됐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서울 성수동 1가 뚝섬 역세권 상업용지 1만6752평(건물 3615평)의 매각 절차를 취소키로 긴급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할 건설업체들과 금융권 등 투자회사들은 서울시의 이러한 결정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당국의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박명현 재무국장은 "일부에서 입찰 예정가인 평당 1500만~27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평당 5000만원 이상으로 응찰하려는 등 과도한 입찰 열기로 부동산 투기 우려가 있다"며 "최근 안정을 찾고 있는 부동산 시장과 정부의 관련 정책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매각 절차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자산관리공사가 지난달 31일부터 전자입찰을 통해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했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며 "입찰보증금에 대한 이자손실분 등을 시가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매각 대상 토지는 3개 구역 1만6752평(1구역 5398평, 3구역 5597평, 4구역 5757평)이다. 시는 구역별 일반 경쟁입찰을 통해 4일까지 이를 매각할 예정이었다. 매각 예정가는 1구역 약 833억원(건물 포함), 3구역 약 1504억원, 4구역 1435억원이었다.

이곳은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 가깝고 2009년 완공 예정인 분당선이 통과하며 서남쪽으로 35만평 규모의 서울숲 공원이 5월 개장되는 데다 한강 조망까지 가능해 건설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시는 앞으로 시가 출자한 공기업인 SH공사 등을 통해 이 지역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포함해 개발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건설.금융업계는 취소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수백억원의 입찰보증금까지 빌려 금전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이다.

L건설 임원은 "응찰하기 위해 보증금 500억원을 마련했고, 잔금을 내기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 동원 스케줄도 짰다"며 "관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갑자기 취소하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입찰신청(1월 31일~2월 3일)을 받는 도중에 취소한 데 대해 황당해하는 업체가 많다.

한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사장은 "외국기업들도 토지 입찰에 참여키로 했는데 실망스럽다"며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진행 중인 입찰을 취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형모.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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