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윗선 못 밝힌 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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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두 달간 진행돼온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가 ‘윗선 지시·보고’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8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를 삭제하거나 훼손한 혐의(증거인멸)로 진경락(43)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구속 기소하고 기획총괄과 전 직원 장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 사찰과 관련된 지원관실의 내부 결재서류와 전산자료를 숨긴 혐의(공용서류·공용물 은닉)로 점검1팀 전 직원 권모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수사 대상자는 지난달 11일 구속 기소된 이인규 전 지원관 등 3명과 ‘남경필(한나라당) 의원 부부 사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경위를 합해 모두 7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진 전 과장과 장씨는 7월 5일과 7일 사찰 관련 자료가 담긴 지원관실 점검1팀과 기획총괄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7개를 무단 반출해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증거 무단 반출에 도움을 준 총괄과 직원 2명을 적발했으나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소하지 않고 총리실에 비위 사실을 통보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여러 각도에서 조사했지만 이른바 ‘윗선’ 의혹 등에 관해선 혐의 사실이 확인된 게 없다” 고 말했다.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남경필 의원은 “지원관실 실무자들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며 용두사미 수사”라며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정 농단과 권력 사유화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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