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타조 머리에 몸은 거북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월 초 임명된 한나라당 김무성(사진)사무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의 재집권은 요원하다"며 "박근혜 대표까지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총장의 이 말은 그저 말로만 그치진 않을 모양이다. 그 스스로가 열린우리당을 '벤치마킹'하며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31일 상임운영위에서 김 총장은 "앞으로 매월 말 열린우리당의 활동분석 보고서를 내겠다"고 운을 뗀 뒤 "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활동을 반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월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김 총장은 우선 열린우리당의 1월 활동의 개요를 ▶30년 집권이란 목표를 위해 조직기반을 강화하고 20만명 이상의 기간당원 확보▶설 민심 대비 정책공약 제시 강화▶한.일 협정 문서 공개와 광화문 현판 교체 추진 등으로 박근혜 대표와 과거사 문제를 연계시켜 한나라당 포위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정부.여당은 겉으로는 민생 챙기기를 하면서 안으로는 한나라당 포위라는 전략을 동시에 구상하고 실행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각 활동 주체들은 마음속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이 있었지만 공감대가 부족하고 실행력이 떨어졌다"고 자아비판한 뒤 부족한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우선 기획과 실천 사이에 괴리가 존재해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며 그 예로 부실도시락 파문, 군부대 가혹행위, 국군포로 강제 북송 문제 등을 들었다. 외부 세력의 포용성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김 총장은 "열린우리당은 정부, 대학교수, 시민사회 단체와의 연계가 매우 강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하지만 한나라당은 당내 역량도 부족할 뿐 아니라 외부 세력과의 연대도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의 '반성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총장은 "정부.여당이 제기하는 이슈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적.정략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있다"며 "당 대표가 민생 탐방을 할 때도 일부 의원이 함께하는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보고서에서 한나라당을 '타조 머리에 몸은 거북이 정당'이라고까지 했다. 회의 도중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잠시 숙연해졌다. 김 총장은 앞으로 매달 말 이 같은 반성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