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스페인 두 사내, 플라멩코 춤바람을 몰고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플라멩코 세계화의 상징적 인물인 로하스(왼쪽)와 로드리게스 콤비. [더블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라멩코 무용수 앙헬 로하스(36)와 카를로스 로드리게스(35). 한국에선 낯선 얼굴이지만 해외에서 둘은 꽤 유명하다. 영국의 저명한 평론가 쇼반 머피는 “로하스가 느리지만 기본에 충실한 전통적인 플라멩코를 추는 데 반해, 로드리게스는 현대 무용에 기반한 빠르고 저돌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둘을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완벽한 플라멩코를 감상한다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바둑에 비유하자면 로하스는 두터운 실리파의 이창호를, 로드리게스는 현란한 공격형의 이세돌를 닮은 듯싶다.

이토록 다른 빛깔의 둘이 의기투합한 건 1994년. ‘스페인 플라멩코 무용 대회’에 출전했던 둘은 서로 상반된 스타일에 매료돼 “기존 플라멩코와 다른 춤을 춰보자”라며 ‘누에보 발레 에스파뇰’이라는 무용단을 창단했다. 이후 세계 무대 공략에 나섰다. 영국·독일·핀란드 등 유럽 무대는 물론 중남미와 아시아까지 20여 개국에서 공연했다. 플라멩코란 춤이 어디에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집시에서 기원했듯, 둘은 현대적인 플라멩코를 들고 세계를 누볐다.

둘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공연했던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의 안무를 했다. 둘이 만든 ‘상그레 플라멩카’가 이번에 한국 무대에 선보인다. ‘상그레(Sangre)’란 ‘붉은 피’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둘 이외에 남자 4명, 여자 4명 등 총 10명의 무용수가 나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뽐낸다. 남녀가 아닌, 남자 두 명이 짝을 이뤄 추는 플라멩코는 묘한 느낌을 주며 여성 관객의 호응이 높다. 바이올린·첼로·퍼커션 등 7명 뮤지션이 들려주는 라이브 연주가 함께 한다.

▶상그레 플라멩카=8∼12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 5만5000원~15만원. 02-517-0394.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