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성·중앙고, 자율고로 신입생 뽑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전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강경구 부장판사)는 3일 학교법인 남성학원(익산 남성고)과 광동학원(군산 중앙고)이 친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남성고와 중앙고는 1심 본안 소송 선고 때까지 내년도 신입생 모집 등의 학사 일정을 예정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전북도교육청은 학교법인이 투자해야 할 법정부담금 납부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불평등 교육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자율고 지정을 취소했으나 이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 상황에서 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해당 학교가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 측이 제출한 소명자료를 보면 법정부담금 조성에 필요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했고, 자율고로 지정된다고 해서 평준화라는 현행 고교입시 제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자율고의 학생 납입금이 일반계 고교의 3배 정도에 이르지만, 이는 자율고가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데 따른 부득이한 정책으로 보인다”며 “학교 측은 정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배려대상자 중에서 선발하고 납입금을 면제해 줘 불평등교육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남성고와 중앙고 측은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신입생 선발(10월 30일) 등 예정대로 학사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남성고 최상범 교감은 “8월 초 도교육청의 사전 예고 통보 이후 한 달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줬으나 이번 결정으로 마무리됐다”며 “본안 소송이 남아 있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과 같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입학설명회를 열었던 남성고와 달리 설명회를 11일로 연기했던 중앙고는 이 일정대로 학부모 등을 상대로 모집 요강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반면 전북교육청은 본안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김지성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에 불과하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안 소송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9일 “남성고와 중앙고가 최근 3년간 법인 전입금의 납부실적이 저조하고, 최근 5년간 학교법인에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실적이 저조해 법정부담금을 납부할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며 두 학교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