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제명 ‘강수’ 둔 한나라, 강성종 체포안에도 ‘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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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오른쪽)가 2일국회에서 발언을 한 뒤 연단을 내려오는 강성종 의원을 위로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이 처리 의지를 강하게 밝힌 민주당 강성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1995년 이후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적이 없었던 만큼 민주당은 동정표나 이탈표를 기대하며 내심 부결을 기대했지만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위력을 보였다.

오후 3시24분 정의화 국회부의장의 개회 선언 직후 노 타이 차림의 강 의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랐다. 강 의원은 “5년 전 사별한 아내의 동생인 처남에게 모든 통장을 맡겼고, 나는 학교로부터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며 “지금껏 검찰 조사에 불응한 적이 없고, 자료요구에도 모두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재혼하면서 처남의 마음이 떠났던 것 같다. 이제 곧 네 아이의 아버지가 될 내가 부끄럽지 않게 의정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유가 어찌됐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여섯 번이나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학교 공금 횡령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강성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을 제명했다. 본회의장에 있는 두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김형수 기자]

국회 법사위원장인 같은 당 우윤근 의원은 질의에서 “국회는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 원칙이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과 불체포 특권 사이에 신중히 고민해야 하지만 사람을 구속한다고 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깨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개인사까지 거론하며 읍소하자 한나라당 일각에선 “부결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개표 결과 재석 234명 중 찬성 131표로 가결이었다. 본회의가 시작됐을 땐 모두 238명의 의원이 출석했으나 4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238명 중 한나라당은 150명, 민주당은 62명이었다. 결국 한나라당 내의 이탈표는 20표 안팎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한나라당은 강용석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모두 135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들에게 본회의 참석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본회의 개의에 필요한 정족수가 미달하자 기획재정위에서 회의를 하던 의원들을 호출했다. 기재위 소속 박근혜 전 대표도 부랴부랴 본회의장을 찾았고,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오전부터 임시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의총이 열리는 동안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본회의를 3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오후 1시30분 의총을 다시 소집한 민주당은 “회의에 참석하되 자유투표에 맡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한나라당이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오후 3시쯤 정족수가 채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의원들도 회의장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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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강 의원이 곧바로 구속되는 건 아니다. 국회의장은 이날 통과된 체포동의서를 법무부에 보내고 법무부는 검찰을 통해 이를 법원에 전달한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지정해 강 의원을 강제구인할 수 있다. 강 의원의 구속 여부는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글=이가영·강기헌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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