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정상화 오랜 숙제 풀리나” 긴장감 도는 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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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학원 정상화 안건 상정이 예정된 대구대 본관 전경. [대구대 제공]

16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온 대구대가 학원 정상화 절차를 앞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현 법인이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가 지지하는 학원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이 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이런 분위기는 사분위가 상지대 등 앞서 열린 다른 대학 심의에서 ‘종전이사의 기득권을 존중한다’는 방침 아래 대다수 구성원의 뜻과 다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사분위가 다음 주쯤 대구대 정상화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대 구성원 대부분은 사분위가 대학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추진위 계획안 제출에 구 재단은 반발=법인은 지난해 6월 교직원·학생·동창회·설립자유족대표 등 13명으로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재돈)를 구성, 학원 정상화 계획안을 도출해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임시이사회가 제출한 정이사 구성안은 전체 7명(이상희·차흥봉·허명·윤점룡·이근용·이노수·홍덕률) 가운데 4명이 설립자인 고 이영식 박사의 장손인 이근용 대구대 교수와 이 교수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 계획안은 관선 현 이사장인 조해녕 전 대구시장을 비롯한 법인과 학교 구성원, 설립자 유족 대표 등이 공개설명회와 설문조사, 정이사 후보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마련됐다.

설립자의 장남인 고 이태영 전 총장의 부인이자 이 교수의 어머니인 고은애 전 이사(80) 등 생존한 종전 이사 3명은 임시이사회 측이 정상화추진위 구성과 중요 의사 결정 때마다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어머니와 입장을 같이 하는 이근민 대구대 교수는 취재 차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이근용 교수와 어머니인 고 전 이사는 정상화 방안을 놓고 상당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고 전 이사 측은 종전 이사를 제외한 학원 정상화는 허구며 재산권을 제3자에 넘기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상화 추진 과정부터 임시이사회가 아닌 ‘옛 재단이 중심이 된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전 이사 측은 자체 정상화 방안을 별도로 교과부에 낼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상당수 대구대 구성원은 설립자 유족 대표 측 이사가 과반수 이상 포함돼 있는 만큼 정상화 계획안이 사분위의 방침에도 부합한다고 보면서도 혹 사분위가 설립자 유족간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 등으로 구성원들의 뜻과 다른 결정을 내릴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7월 초에는 교수회·총학생회 등 법인 산하 모든 단체가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위원장 전형수)를 구성했다.

◆지역사회는 정상화 계획안 지지=전형수 교수회 의장은 “사분위가 혹시라도 고 전 이사 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특히 구 재단 측이 펼치는 터무니 없는 색깔 논쟁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범대위 측은 사분위에 대구대 정상화 안건이 상정되면 상경 집회 등을 통해 구성원의 뜻을 전할 방침이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장익현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학교 구성원이 마련한 정상화 계획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원 전 구성원이 참여해 합리적이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계획안을 마련했다”며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뜻이 담긴 정상화 계획안이 존중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법인 측은 이들의 의견서를 지난달 5일 교과부에 제출했다. 또 대구경북교수회연합회와 시민단체 등도 교과부에 지지 의견서를 보내는 등 대구대 구성원이 마련한 정상화 방안을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대는 학내 분규와 비리가 불거지면서 1994년 2월 임시이사가 파견돼 관선체제로 운영돼 왔다. 재단인 학교법인 영광학원 산하에는 대구대와 대구사이버대, 대구광명학교 등 특수학교 6곳, 부속 유치원 2곳 등에 모두 2만6200여 명의 교직원과 학생이 있다.

송의호 기자


대구대 학원 정상화 추진 일지

- 1994년 2월 임시이사 파견 결정(교육부)

- 2006년 4월 임시이사 파견 사유 해소 대학 분류(교과부)

- 2007년 10월 학원 정상화 로드맵 확정(이사회)

- 2009년 6월 학원정상화추진위 구성(대구대)

- 2010년 1월 영광학원 정이사 후보자 7인 확정(이사회)

- 〃 5월 영광학원 정상화 계획안 교과부 제출(이사회)

- 〃 7월 교수회 등 ‘학원 정상화 위한 범대책위’ 구성

- 〃 9월 대구대 정상화 안건 상정 예정(사분위)

알려왔습니다

중앙일보는 9월 3일자 25면에 ‘학원정상화 오랜 숙제 풀리나, 긴장감 도는 대구대’라는 제목으로 대구대 정상화 계획안이 ‘관선 현 이사장인 조해녕을 비롯한 법인과 학교 구성원 등이 공개설명회와 정이사 후보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마련됐다’고 보도한데 대해 고은애 종전이사 측은 “대법원과 하급심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의적인 절차로 진행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고 종전이사 측은 “구재단이 학원정상화 추진위원회 참석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이사 후보 추천에 있어 건학이념 등을 잇기 위해 종전이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임시이사들이 이를 거부, 참여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당수 대구대 구성원은 설립자 유족 대표 측 이사가 과반수 포함돼 있는 만큼’이라고 보도한 부분도 “이근용 교수는 유족 대표도 아니며 종전이사도, 재단의 재산 출연자도, 그리고 학교 발전에도 기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며 "이태영 박사와 함께 대구대를 설립한 고 종전이사가 유일한 유족 대표며 정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적격자"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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