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억제 단백질 세계 첫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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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안에 있는 p18이라는 단백질이 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에 따라 새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팀은 지금까지 그 역할이 알려지지 않았던 p18 단백질의 암 억제 기능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셀' 1월호에 발표됐다. p18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효소 옆에 혹처럼 붙어 있는 작은 단백질이다.

p18은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고, 다른 종류의 암 억제 유전자를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암은 손상된 유전자가 수리되지 못한 채 쌓여 발병한다.

연구진은 암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두명 중 한명꼴로 이 단백질이 정상인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쥐 실험에서는 p18이 없는 수정란은 며칠 이내에 배아 상태에서 죽어버렸다. 그러나 이 단백질이 약간 있는 수정란은 태어나 자라긴 했으나 1년6개월 정도 지나자 백혈병 등 여러 암에 걸리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마치 젊었을 때 건강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암에 걸리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p18의 암 억제 기능이 밝혀짐에 따라 이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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