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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대금 예치제 도입 인터넷쇼핑 사기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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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터넷에 가짜 쇼핑몰을 차려놓고 돈만 챙겨가는 사기 행각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요즘 TV나 신문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주요 뉴스의 하나다. 소비자보호단체나 기관에 접수되고 있는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를 보면 고가의 상품이나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싸게 판매한다고 광고성 e-메일(쓰레기메일)로 고객을 유인한 뒤 현금을 챙겨 사라지는 인터넷쇼핑몰 사기사건이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고 있다. 1년 반 전쯤에 '경매+복권' 형식과 '시중의 절반 값'이라는 비정상적인 영업으로 9만명이 넘는 소비자에게 총 310억원이나 되는 큰 피해를 준 '하프플라자(halfplaza.com)' 사건과 같은 온라인 사기사건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거래는 상품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대면하지 않고 거래가 이뤄질 뿐 아니라 대금 결제 후에 상품을 배송받는 '선 지불 후 배송' 관행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사기를 당할 수 있다. 구입대금을 송금했는데도 상품을 받지 못하거나 엉터리 가짜상품을 받게 되는 경우, 그리고 보상을 요구해도 판매자가 여러 가지 핑계로 환불이나 교환 약속의 이행을 미루다가 결국에는 해당 사이트를 폐쇄해 버려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러한 사기성 온라인 거래 피해는 당사자인 판매자에게 (또는 쇼핑몰과 연대해) 그 책임을 지우는 게 당연하지만 판매자가 사기성 부도를 내거나 잠적했을 때는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온라인 송금과 같은 현금결제의 경우에는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보상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신용이 좋지 않다든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쇼핑몰은 이용하지 않는 등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예컨대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 '빨리 환불해 달라'든지 '왜 배달이 늦어지는지?' '억울하다'와 같은 소비자 불만이 자주 올라오면 일단 주의해야 한다. 또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상품의 수와 기간이 제한돼 있고 현금결제만 가능한 경우, 선착순.추첨식.복권식 판매와 같은 구매자의 사행심을 자극하는 판매자도 조심해야 된다.

그렇다고 인터넷쇼핑 사기로 인한 피해 부담을 구매자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인터넷몰 사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대부분 관련된 법이나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한 구조적인 피해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해당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예상되는 피해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는 이러한 인터넷몰 사기를 줄일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본다. 즉 금융기관과 같은 믿을 수 있는 제3자(에스크로 사업자)가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맡고 있다가 상품이 정상적으로 구매자에게 배송된 뒤 대금을 판매자에게 보내주는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금의 '선지불'로 인한 구매자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인터넷몰 거래 사기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구매자들을 보호할 뿐 아니라 온라인 거래의 신뢰도를 높여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결제대금예치제도를 조속히 도입해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안전한 거래가 보장된다면 소비자들은 편리하고 저렴한 온라인 시장을 더 많이 이용하게 돼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인 한국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