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집 값 못오르게 꽉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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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노인 대표 18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김운회 대한노인회 부회장이 큰절을 하자 노 대통령이 놀라 허리를 굽히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안필준 대한노인회장 등 노인 18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신년 인사를 했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눌 때 대한노인회 김운회 부회장이 갑자기 큰절을 해 당황한 노 대통령이 "아이코"라면서 무릎을 굽히고 김 부회장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는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잘 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국민 복지를 위해서"라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노후가 되면서 점차 불안해져가는데 사회가 책임지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노후 준비를 하느라 극단적으로 이기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노인분들은 지난날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일으킨 분들"이라며 "세계 제일의 업적을 이룬 여러분은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내년에 환갑을 맞는 노 대통령은 "대체로 노인은 65세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도 한 5년 지나면 말석에 가서 앉게 된다"며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나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집을 팔았는데 새 집을 살 때까지, 우리 아이들이 집을 살 때까지 집값이 못 올라가도록 꽉 붙잡겠다"고 약속했다.

또 "나도 노인이 되면 심심하고 걱정도 많고 몸도 아프고 용돈도 없고 외롭지 않도록 보람 찾아 일할 수 있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며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제 문제는 챙겨놓고 저도 나중에 그 배를 타려고 한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여기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1~2년 차이로 나와 비슷한 처지인데…"라며 "저랑 같이 합시다"라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 한마디 하면 '안 합니다'라는 말이 안 나온다"며 "대통령이 힘이 없으면 '하시오'해도 '돈이 없다''애로가 있다''좀 빠르다'라는 말들이 자꾸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정책 말고도 제가 잘 모실 테니 노인분들이 마음을 모아 그냥 좀 저를 도와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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