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배탈 호소에 “뱃속 파고드는 질문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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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국회 기획재정위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땀을 닦고 있다. [김경빈 기자]

27일 오전 11시20분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가 배탈을 호소했다. 오후 8시쯤엔 병원에도 다녀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에 생긴 일이었다.

이 후보자는 7번째 질의자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조명도 세고 아침을 잘못 먹어서 그런지 배가 아프다”며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화장실에 다녀왔다. 김성조 위원장은 농담조로 “이 후보자의 뱃속까지 파고드는 질문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고,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거짓말을 안하면 배가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이날 청문회를 마지막으로 8·8 개각 대상자 10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모두 끝났다.

국세청 차장 출신으로 내부 승진한 이 후보자에 대해 한나라당 기재위원들은 “대체로 무난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집요하게 문제점을 추궁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게이트에 연루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에 대한 감찰과 이 후보자의 고속승진 간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9월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던 이 후보자와 한 월간지 기자와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 후보자가 불법감찰 지시를 추궁하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내가 과잉충성을 했다’고 말했다”며 “안 전 국장의 불법감찰을 지시했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이 후보자와 안 전 국장은 국세청 내 TK(대구·경북) 세력을 대표하는 라이벌이었다”며 “이 내정자는 한상률 게이트가 터지자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였다’고 주장한 안 전 국장을 상대로 표적 감찰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감찰에 관여하지 않았고, 국세청 내부적으로 안 전 국장 사퇴 방침이 정해졌을 때 일정 부분 간부들에게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세청장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이 후보자가 능력이 뛰어나지만 내가 청장 때 과장이었는데 5년 만에 차관에까지 올랐다“며 "2년6개월간 3단계 승진을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제창 의원은 “이 후보자가 TK 출신에다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고교-대학동창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파견-청와대 선임행정관-국세청 조사국장-서울국세청장-국세청 차장 등 ‘광속 승진’의 배후에는 TK권력의 비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국세청 내부 인적 구조상 이런 문제가 야기됐다. 내가 청장이 되면 지역별 균형인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1999년 아파트를 매매할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 세금을 탈루했다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당시 법무사에게 일임했다”며 “지방세법 규정에 따라 매매가를 신고했고, 세법상 탈세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녀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선 “사유가 어떻든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고, 석사논문 표절 의혹에 관해선 “지금 생각해도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글=이가영·권희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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