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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은’ 제품이라야 잘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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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감성 품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를 선보일 때마다 저마다 새로운 편의사양을 추가해 품질을 높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비싼 소재를 사용하거나, 편의장치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감성 품질을 높였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감성 품질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감성, 즉 시각·청각·후각·촉각 같은 감각의 영역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가 돈을 내고 사는 것은 숙련된 바리스타가 뽑아낸 신선한 커피다. 그러나 이들이 커피를 구매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단 매장에 들어서면 에스프레소 향이 후각을, 최신 음악이 청각을 자극한다. 재활용 종이로 된 컵 홀더를 집어들면 환경보호에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생긴다. 이처럼 철저하게 계산된 일련의 장치가 소비자에게 단순히 질 좋은 커피를 산다는 것 이상의 감성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비자가 이런 장치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인지한다는 점이다. 결국 감성 품질은 소비자에게 감각적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과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 부분에 대한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닛산은 2000년부터 인지품질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엔지니어링·제품 개발 등의 다른 부서와 협력해 감성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 업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물체를 만질 때의 느낌은 부드러움·딱딱함과 따뜻함·차가움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며, 이를 종합해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는 점을 조사를 통해 찾아낸다. 이어 가장 많은 사람이 좋다고 느끼는 촉감·온도를 제품에 적용하는 식이다.

부품의 이음새도 자동차의 감성 품질에서 중요한 요소다. 차에 탄 사람은 인테리어의 이음새가 벌어져 보이면 차의 완성도가 낮다고 느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소비자의 눈에 어느 정도까지의 틈새가 보이는지 알아야 한다. 육안으로 구분 가능한 틈새는 0.2~0.3㎜ 정도다. 각각의 이음새 간격을 이보다 좁히면 된다는 뜻이다. 소리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비싼 차에만 장착되던 전문 브랜드의 오디오 시스템을 최근 대중 모델에도 적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개별 요소를 몇 가지 개선한다고 감성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전시장에서 차에 올라타면 이런 여러 요소를 순식간에 종합적으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오감의 영역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감성 품질의 ‘백미(白眉)’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한 가지 요소가 다른 감각을 방해하거나, 차의 본연의 기능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

감성 품질은 아주 미세한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해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감성적 요소를 이해하고 기능과 감성을 조화시킨 차를 만드는 것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과제다. 치열한 품질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이토 겐지 닛산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