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외면한 대선 訴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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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당사 3층 소회의실.

"선거도 이긴 입장에서…검찰 쪽에서도 난감해하고 있으니…."(裵基善 사무총장 직대)

"한나라당과 합의를 한다면야…."(韓和甲 대표)

"그렇게 하죠. "(최고위원들)

裵총장 직대가 올린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지난 대선 기간 중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고소·고발건을 한나라당과 협의해 아주 없었던 일로 하자는 얘기였다. 裵총장 직대는 '승자(勝者)의 아량'과 '대승(大乘)적 차원'임을 강조했다.

검찰을 배려하는 듯한 말도 했다. 그러면서 선거기간 중 당 차원에서 고소·고발한 스무건뿐 아니라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양측의 고소·고발건을 모두 취소하자며 한발 더 나갔다. 민주당의 제안을 받은 한나라당도 소(訴)를 취소할 지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선거는 양당만 치른 것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지난 1년 내내 양당의 선거전, 그리고 지긋지긋한 고소·고발전을 지켜봤다. 민주당 법률구조자문단조차 "개별의원이나 당직자가 고소·고발하거나 당한 정확한 내용은 파악이 힘들다"고 스스로 밝혔을 정도다.

아침에 신문 펴기가 겁이 난다는 말까지 나왔던 각종 게이트 공방, 대학가에 군 입대 거부 서명운동을 불렀던 병풍(兵風)관련 공방, 온국민을 도청(盜聽)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국정원 도청 의혹까지….

양당은 때로는 결백을 주장하며, 때로는 진실임을 강조하며 상대를 법정에 세우려 했고, '진실을 가려야 한다'며 멋지게 포장했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 줄 모르는 국민들은 그때마다 어리둥절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사자들이 검찰·법원의 소환에서 자유로워져 일상업무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는 것만 앞세웠을 뿐 국민을 어떻게 납득시킬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선거에서 이미 효과를 거뒀으니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다. 흑색선전이라면 문제를 제기한 측이, 진실이라면 문제를 일으킨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열린 당무회의에서 일부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자 韓대표는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감안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경청해야 할 것은 당내 의견이 아니라 진실을 원하는 국민의 열망이다.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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