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컵 아이스하키]해체 위기 현대 "우승해 팀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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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우승해서 팀을 살리자. "

28일부터 목동링크에서 시작되는 2002 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한라 위니아와 맞붙는 현대 오일뱅커스 선수들의 눈에는 불꽃이 튄다. 이번 대회를 마치면 사실상 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996년 창단된 현대는 2000시즌에 한라를 꺾고 첫 정상에 올랐지만 지난 7월 구단주인 정몽혁 사장이 회사 경영난을 책임지고 일선에서 물러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팀 해체를 결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수들에게 1년치 연봉과 훈련비를 내주며 인수할 기업이 있다면 조건없이 선수들을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20명이 넘던 선수들은 하나 둘씩 팀을 떠나 이제 16명만 남았다. 골리 2명을 빼면 14명의 플레이어밖에 없어 정상적인 3조 운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은 이재현 감독의 지휘 아래 똘똘 뭉쳐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고, 신인 골잡이 김경태는 24포인트로 득점왕, 백승훈은 2위(22포인트)에 올랐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우승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팀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다.

이재현 감독은 "팀은 절대 해체하지 않겠다. 내년 졸업선수들 중 드래프트에 뽑히지 않는 선수들과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을 불러 모아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한다.

조그만 희망도 생겼다. 일본아이스하키협회가 최근 한·일 실업리그를 제안해 온 것이다.

이감독은 "협회가 목동링크를 2시간씩 대관해주고 장비를 지원해 준다면 얼마든지 제3의 실업팀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최근 2년간 현대는 한라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1무2패로 열세다. 그러나 김경태-백승훈-권영태-하용우-조철우가 버티는 공격진은 여전히 매서운 창이며 장종문-이승재-권오민이 지키는 수비진도 탄탄하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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