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풍미한 말말말]사회·문화:"꿈은 이루어진다 … 노풍·정풍·단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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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당시의 상황과 민심을 촌철살인으로 전해주는 말말말이 있었다.

햇볕정책은 '대북 퍼주기'시비로 이어졌고, 현대상선을 통한 정부의 4억달러 지원 의혹으로 번졌다.

의혹을 처음 발설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서해교전 때 죽은 군인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의혹 있음'을 시인한 내면의 갈등을 털어놓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 구속을 불렀던 '최규선 게이트'의 崔씨는 『붕어빵에 왜 앙꼬가 없나』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준비하다가 구속됐다.

그는 金대통령을 '붕어빵', 자기를 집권 최대의 공신이라며 '앙꼬'에 비유하면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권력을 원망했다. 그는 육성 테이프를 통해 청와대 비서관이 홍걸씨 관련 진술을 검찰에서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테이프에 따르면 그 비서관이 "나라를 살려달라. 박사님이 세우신 국민의 정부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금연 바람이 불었다.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 TV 공익광고에 출연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국민 여러분 담배 끊어야 합니다"고 절규했다.

권력의 시녀란 비판을 받았던 검찰에선, 비록 10개월 만에 물러났지만 성역없는 수사의 울타리 역할을 한 이명재 검찰총장이 스타였다. 그는 취임식에서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로 화제를 남겼다.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하리수씨가 법원으로부터 호적정정 허가를 받은 것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그는 "여자로 다시 태어난 12월 11일을 생일로 삼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국 감독들의 세계 영화제 본선 수상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다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 이창동 감독의 "귀국하면 아내가 '트로피가 아니라 이젠 돈을 가져와'라고 할 지 모르겠다"는 수상 소감은 작품성이 환영받지 못하는 한국 영화시장의 현실을 꼬집는 것으로 들렸다.

영화 '친구'의 대사 "우린 친구 아이가" "많이 무읏다(먹었다). 고마해라"도 젊은이들의 유행어였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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