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과학도가 풀어주는 '호기심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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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사람도 붕어빵처럼 똑같은 모양을 여러 개 찍어낼 수는 없나요?"

아이들이 흔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너희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 블록을 생각해 보렴. 만약에 블록 하나가 부서졌다면, 똑같은 모양의 새 것을 맞춰 넣으면 되잖니? 그것과 똑같은 원리란다.… 그런데 왜 꼭 복제를 해야 하냐고? 내 몸에 꼭 맞는 블록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지."

한국의 저명한 과학자 21명이 꿈나무들에게 풀어놓는 과학 이야기가 실린 이 책의 한 대목이다. 황 박사를 비롯해 반도체 발전의 주역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서울 의대를 나와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변신한 안철수 사장, 바다에 눈 오줌이 번쩍거려 이를 연구하다 해양학자가 된 김웅서 박사,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그리고 남극기지 연구자 장순근.로켓 전문가 채연석 박사 등이 참여한 과학자들.

"과학자 하면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조용히 일하는 모습이 떠올라요. 과학자도 회사의 사장님이나 나랏일을 하는 장관이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도 나온다.

이에 진대제 장관은 미국 IBM의 왓슨연구소에서 유능한 과학자로 인정받다가 '반도체 강국'인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일념으로 삼성전자로 옮겨 16메가 D램, 64메가 D램 등을 잇따라 개발하며 삼성전자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에 오르는 과정을 세세하게 들려준다.

책에 나오는 질문은 인터넷 응모를 통해 선정했고 이를 지구과학.우주과학.생명과학.기초과학 등 분야로 나눠 배치했다. 전문가의 육성을 듣는 가운데 아이들은 점점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 황우석 서울대 교수

각 과학자들이 한마디씩 풀어놓은 '나를 최고로 만들어준 습관'도 양념 이상의 별미. 진대제 장관은 "가끔씩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카우보이가 되는 상상을 한다"고 했고, 진공 기술 전문가 정광화 박사는 "'왜 여자 과학자는 많지 않지요?''왜 여자는 물리학을 하면 안돼요?'라는 질문을 자꾸자꾸 캐물었다"고 했으며, 수학 박사 강석진 고등과학원 교수는 "수학 연구에 임할 때 마라도나가 축구장에 나가는 것만큼 비장한 각오로 임한다"고 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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