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湖水近處(호수 근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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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영태(1936~ ), '湖水近處(호수 근처)' 전문

그대는 지금도

물빛이다

물빛으로 어디에

어리어 있고

내가 그 물밑을 들여다보면

헌 靈魂(영혼) 하나가

가고 있다

그대의 무릎이 물에 잠긴

옆으로, 구겨진 水面(수면) 위에 나뭇잎같이



물빛은 투명하면서도 연하지만 너무나 많은 색을 갖고 있어 물빛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색이 없다. 호수 근처의 물빛이라면 물살도 있을 것이다. 물살은 물속에 있는 것들을 맑게 구긴다. 수면이 구겨지면 물속에 있는 것들도 구겨지다가 조금씩 아물면서 펴진다. 이 시에서 시인이 보는 물빛은 '그대'의 이미지다. 그 이미지는 너무 맑아 헌 영혼 하나가 가고 있는 것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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