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동물원 벽에 밀림을 그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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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밀림 속에서 뛰놀아야 될 야생동물들이 황량한 콘크리트 회색벽에 갇혀 있는 게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인터넷 다음카페의 벽화 동호회 '그림벽' 회원인 이소영(23·여·중앙대 서양화과 3년)씨와 한용(31·화가)씨.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인공포육실 벽면에 울창한 밀림 숲을 그려넣는 벽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겨울이면 동물들이 콘크리트 내실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을 최근 방송을 통해 알고 동물원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동호회원들과 함께 고아원·양로원·장애인 시설 등 소외된 이웃들이 있는 곳에 벽화를 그려왔다. 두 사람은 우선 지난 6월에 태어난 통일호랑이 남매 등 아기 동물들이 자라는 인공포육실에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미 포육실 2곳을 완성하고 세번째 포육실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다.

벽화 속에서 아기 원숭이는 울창한 밀림 속으로 아장아장 걷고 있고, 호랑이 남매는 축구공을 굴리며 놀고 있다. 또 투명한 햇살이 반짝이는 하늘과 당장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을 만큼 정교하게 그려진 호수가 벽면에 가득하다. 하루 평균 열시간씩 보름째 작업하고 있는 李씨는 "아기 동물들이 비록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지내지만 벽화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동물원 내 다른 사육장에도 벽화를 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韓씨도 "동물들이 벽화를 보고 달려가 만져보거나 뛰어드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여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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