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 자기 삶의 해답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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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 또래 여성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여성들에게 '자신의 삶'을 주제로 말 걸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주인공에서 미 플로리다 주립대 여성학 교수로 변신한 권인숙(38)씨가 자신의 삶을 녹여 쓴 한권의 책을 들고 12일 한국을 찾았다.

權씨는 『선택』(웅진닷컴刊)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성고문'사건과 노동운동, 그리고 미국으로의 유학과 여성학 교수라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선택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섣불리 메시지를 던진다든지 인생의 해답을 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내·어머니라는 주어진 틀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개개인의 차이와 욕구·희망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여성학을 선택한 것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됐다는 그는 여성학 공부나 미국 유학 등이 사회의식이나 공명심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절박함에 귀를 기울이고 그 것을 해결하기 위한 솔직한 선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權씨는 알려진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답지 않게 만나보면 매우 편안하고 소탈하다. 어린 시절 '주부생활'을 탐독하고, TV 드라마에 중독되고, 미남 배우 장궈룽(張國榮)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 등을 책에서 풀어놓으며 그는 노동 운동가와 여성 학자로 틀지워진 자신의 이미지를 무장해제시킨다.

미국에서 열한살 된 딸과 살아가는 그는 입시와 성공을 위해 아이의 삶에 자신의 온 삶을 거는 한국의 엄마들에게 일정한 거리감을 둘 것과 아이의 주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했다.

또 성형미인을 옹호하고 외모 가꾸기를 찬양하면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있고 결혼으로 여성의 삶이 승부나는 현실에 대해 따끔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權씨는 "지난 학기 영어로 강의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미국의 여학생들에게 인종과 지역을 초월한 세계 속의 여성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 살아도 한국에 대한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고 살아가는 까닭에 한국의 여성문제에도 강의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국의 촛불시위를 전세계가 민주화로 나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진단했다. 대선과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해선 공인의 입장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

權씨는 오는 21일 오후 1시 서울의 교보문고에서, 오후 3시 영풍문고에서 사인회를 연다.

문경란 기자

moonk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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