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돌파 공격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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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일본 가전업체인 소니코리아는 이달 초 남부본부를 신설했다. 남부본부는 부산·광주를 포함, 영호남 지역의 마케팅과 판매를 책임지는 지역 거점이다. 소니는 특히 남부본부 산하에 광주 사무소를 따로 열어 호남 상권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소니코리아 이명우 사장은 "그동안 수도권에 치중해 왔던 시장 전략에서 벗어나 내년부터는 지방 소비자들에게 파고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국내외 경제 환경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긴축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주한 외국 기업들은 공격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영업망을 늘려 소비자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예상되는 불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외제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외제차 업체와 그동안 한국 시장의 움직임을 탐색해 왔던 일본 업체들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경기 위축은 없을 듯=경기에 민감한 업계의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 국내 시장을 그다지 나쁘게 보지 않고 있다.

다국적 특송업체인 DHL코리아는 내년 성장 목표를 올해와 비슷한 10% 초반대로 잡았다. 국내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의 물류 부문 외주(아웃소싱)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 회사 배광우 사장은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한국이 아시아 항공 물류 거점으로 떠오르는데다 거대시장인 중국을 상대로 한 물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코카콜라도 음료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인터넷·모바일 등을 이용한 첨단 마케팅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 거트 브루스 사장은 "내년의 한국음료 시장은 월드컵 특수를 누렸던 올해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계 컴퓨터업체인 한국HP는 최근 "내년의 한국 정보기술(IT) 시장은 올해보다 13% 정도 커진 1백3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영업망 넓히는 수입차 업계=수입차 업계는 올해와 다름없이 '팽창 전략'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갈수록 탄력을 받는 외제차 판매 호조세가 가장 큰 배경이다.

외환위기 직후 일부 선두 업체들은 외제차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영업망을 대폭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을 했다. 그러자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모두 대폭 떨어져 다시 회복하는데 꽤 고생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선두업체인 BMW코리아는 외형을 더 키우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잡았다. 내년도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20% 늘렸고 판매망과 서비스 센터도 확충할 계획이다. 벤츠는 2003년 1월부터 국내 법인을 가동키로 했다.

또 전시장도 현재 8곳에서 내년초까지 다섯군데 더 세우기로 했다. 내년에 본사 설립 1백주년을 맞는 포드코리아는 중소 도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작전으로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말까지 원주·전주·천안·포항 등 8개 도시에 새 전시장을 마련키로 했다. 포드코리아 정재희 사장은 "내년도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6백여대 늘려 2천대로 잡았다"고 말했다.

GM코리아는 '대우자동차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GM은 올해 새로운 딜러로 합류한 대우자판의 5백60개 대리점과 6천여명의 영업 인력을 활용해 내년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세배 이상 늘려 잡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현재 17개인 전시장을 내년까지 25개로 늘리기로 했다.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日=일본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전후해 '일제(日製)'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 게 자신감의 배경이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법인 설립 2년 만인 올해 수입차 업계 2위로 뛰어 올랐다. 이 회사의 내년 목표는 전국적인 판매망 구축이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수원·인천·대구·대전·광주 등에서 딜러를 새로 뽑기로 했으며 전시장도 전국 7대 도시, 12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잡았다.

혼다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한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시장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이미 혼다는 자동차의 본격 진출을 앞두고 올 초 서울 반포에 모터사이클 직영 매장도 열었다.

일본 가전업체의 발걸음도 어느 때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소니코리아는 내년을 '고객 밀착 서비스 강화'의 해로 잡았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서울 청담동에 연중 무휴 애프터서비스(AS)가 가능한 '소니 커스터머 스테이션'을 열었다. 내년 초까지 AS센터를 현재보다 10곳 더 늘릴 방침이다.캠코더 등 디지털 가전을 주력으로 한 JVC코리아는 현재 서울 시내 8개인 백화점 직영 매장을 두개 더 늘리기로 했다. 또 지방 시장을 잡기 위해 부산 등 영남지역 백화점에도 직영 매장을 새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TV와 전자사전 판매에 주력해 왔던 샤프 역시 세계 최초로 독감 바이러스 살균 기능을 갖춘 공기청정기 제품을 앞세워 내년에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의 30%를 차지해 이 부문에서만 3백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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