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총장 한국인 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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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한국인 이종욱(李鍾郁)박사가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제기구의 최고위직 선거라는 점에서 우리의 국력 신장을 실감하며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의 관련 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李박사의 당선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적 협력을 위해 1948년 설립된 WHO는 세계 1백91개 회원국에 연간 예산 11억달러, 본부 전문 직원만 3천5백여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유엔 전문기구다. 우리나라는 1949년 가입한 후 어려웠던 시절에 전염병 예방·치료와 소아마비 퇴치 사업 등에서 WHO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위상이 바뀐 만큼 李박사의 사무총장 도전은 뜻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전임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현재 WHO 사무총장 특별대표 겸 결핵국장인 李박사는 국제 사회에서 백신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권위자다. 출마자 아홉명 가운데 유일하게 20년째 WHO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는 WHO 출신 전문가가 유리했지만 이번엔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 분위기가 우려되는 변수라고 한다. 내년 1월 하순 32개 집행이사국의 투표에서 개도국들이 아프리카 국가에 지역 안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집행이사국을 상대로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정부 관계자의 방문 외교를 포함한 전방위 득표 활동이 절실한 까닭이다.

우리나라도 국력 신장에 맞춰 국제 기구에 다각도로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기구에 나가 있는 한국인은 2백여명에 이르지만 고위직에 진출한 사람은 손꼽을 정도다. 이번 李박사의 도전을 한국인의 국제 기구 진출 확대의 기폭제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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