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쑥쑥 큰다, 조광래의 또 다른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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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의 아이들’이 쑥쑥 자란다. 윤빛가람(20·경남)과 지동원(19·전남)이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 J-리그에서는 조영철(21·알비렉스 니가타·사진)이 무서운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발탁한 ‘아이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 현재로 자리 잡으려는 기세다.

조영철은 17일 밤 열린 J-리그 19라운드 시미즈 S-펄스와의 홈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시즌 8골. J-리그 득점 순위에서 당당히 4위에 올라 있다. 국가대표 선배 이근호·조재진(이상 감바 오사카) 등을 제치고 J-리그 한국 선수 중 최다골이다. 그의 활약 덕분에 ‘아이들’의 경쟁구도는 일본까지 확대됐다.

11일 대표팀의 나이지리아 평가전에서 조영철은 공격수 중 유일하게 90분을 뛰었다. 조 감독은 평소 그에 대해 “기술이 좋고 영리하다”며 큰 기대를 표시했다. 그는 고교(울산학성고) 시절 대한축구협회 지원으로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다. 18세이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팀 때는 최연소 멤버였다.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이 월드컵 8강에 올랐을 당시 주전이었다.

그랬던 조영철이 나이지리아전에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톡톡 튀는 개인기와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모든 관심이 선제골을 넣은 윤빛가람에게 쏠렸다. 조영철은 18일 전화 통화에서 “(나이지리아전 당시) 많이 긴장했다. 하프타임 때 감독님으로부터 ‘마음 편히 뛰라’는 말을 듣고서야 몸이 조금 풀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사흘간의 대표팀 생활은 정말 소중했다. 조영철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TV로만 보던 형들의 훈련과 경기 모습을 실제로 보며 느낀 게 많다. (박)지성이 형이 식사 도중 ‘고생을 하더라도 유럽에서 하라’는 충고도 해줬다. 동기 부여가 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아이들’ 간의 경쟁을 주도하는 건 윤빛가람이다. 나이지리아전에서 국가대표 데뷔골로, K-리그에선 3경기 연속골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대표팀의 유일한 10대 지동원 역시 K-리그에서 6골·2도움을 기록하며 윤빛가람의 확실한 대항마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활약에 대해 조영철은 “ J-리그에서 10골 이상, 그리고 팀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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