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치료도 체질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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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체질을 알면 아토피가 보인다?'

모든 질환에서 증상으로 접근하는 양방과는 달리 한방은 인체 장부(臟腑)의 균형과 체질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 어린이에게 많고 난치에 속하는 아토피 피부염도 원리는 마찬가지다.

청뇌한방병원 이용원 임상연구팀(박문백·최은성)은 최근 한의학회지 논문을 통해 개인 체질에 맞는 침법과 한약, 그리고 섭생이 아토피 환자의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환자 30명을 3개월 동안 체질에 따라 치료한 뒤 증상의 개선 정도를 아토피 진단표준(SCORAD)과 ECP로 판정했다. 그 결과 스코래드 지표는 42에서 25로, ECP는 91.7㎍/ℓ에서 43.7㎍/ℓ로 크게 감소했다. ECP는 자가면역 단백질인 IgE가 배출하는 일종의 독소로 증상이 심하면 수치가 증가한다.

아토피의 체질 치료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접근한다.

첫째는 침법으로 8체질로 분류해 침자리와 침의 강도를 결정한다. 8체질은 동호 권도원 박사가 1960년대에 소개한 것으로 경락의 특성에 따라 여덟 가지 체질이 있다는 이론. 예컨대 소양인의 경우도 토양과 토음으로 나눠 침자리와 침의 강약을 다르게 해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둘째는 체질약을 이용한 치료. 장부 기능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원리다. 예컨대 아토피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태음인의 경우 기혈(氣血)의 순환을 주관하는 폐 기능이 약한 것이 특징. 기혈의 정체(울혈)가 아토피를 부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갈근을 주재료로 10여 종의 약이 처방된다.

셋째는 음식·운동·목욕 등 체질에 따른 섭생이다. 태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이나 사우나를 통해 기혈의 순환을, 소양인은 하체 단련을 통해 신(腎)을 강화시켜 위열(胃熱)을 식혀야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 음식도 태음인은 증상이 개선되면 금기시했던 육류도 허용하고,소양인은 냉성(冷性)식품인 돼지고기나 보리밥·보리차를 권하는 식이다.

이용원 원장은 "대상 환자들은 10년 이상 아토피 피부염을 앓거나, 스테로이드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이었다"며 "한방치료는 장기간 치료해도 부작용이 없고, 체질 개선을 통해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토피의 한방치료는 6개월 치료 후 6개월 섭생만으로 관리하고, 이후 2년 동안 재발하지 않을 때 완치 판정을 내린다.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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