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팀 교체… 월街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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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황소(상승 장)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체력 비축을 위한 건강한 휴식이다.'

최근 8주 연속 상승행진을 펼친 미국 주가가 지난주 하락세로 돌아서자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이 전한 월가의 반응은 이처럼 엇갈렸다.

다우·나스닥 지수는 지난 두 달 동안 각각 17%, 29%씩 뛰었다. 소비지출 등 경기가 살아날 낌새를 보인다는 전망에 따라 투자심리가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약세장에서의 잠깐 상승(베어마켓 랠리)이 아니라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들어섰다는 장밋빛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지난주 나흘동안 계속 떨어진 데 이어 6일에도 실업률(10월)이 6%로 늘었다는 악재가 나오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동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간신히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국내 투자자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 시장이 지난 10월부터 다시 뉴욕 증시의 흐름을 바짝 좇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프 참조>

많은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주 뉴욕 시장의 약세를 '조정'으로 보고 있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당분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51년간 다우지수가 12월에 37번을 상승장으로 마치고, 평균 1.79% 올랐다는 통계도 긍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BNP 파리바 페레그린 증권(한국법인) 이승국 사장은 "조정은 예상된 것이고 다만 폭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미 소비가 살아날지가 관건인데 이라크와의 긴장이 사라지면 다시 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월가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감세(減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오닐이 물러나면서 '감세 강화→소비지출 증가→기업실적 호전→주가 상승→자산효과에 따른 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닐이 시장에의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과감하게 밝혀 월가의 신망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기에 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메릴린치 증권은 지난주 고객들에게 "주식은 아직 투기성이 짙다"며 보유 비중을 50%에서 45%로 줄이라고 권유했다.

JP모건의 카를로스 아시리스 수석 투자전략가도 최근 "뉴욕 증시의 오름세는 지난 2월, 5월, 8월에 나타났듯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적이 가장 나쁘고 투자 위험은 제일 큰 정보기술(IT)·통신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핵심 경제관료의 교체도 큰 호재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컨설팅 회사인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슨 수석연구원은 "경제정책은 어차피 부시 대통령과 조언자, 의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이번 교체로 크게 기대할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증시의 차별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전문가들은 있다.

메릴린치 증권(서울지점) 이원기 상무는 "뉴욕 증시는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편이 아닌데도 최근 많이 올랐다"면서도 "한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가 줄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늘고 있어 국내 증시의 앞날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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