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⑫ 군산지역 특구 지정에 전력 전북 :서해안시대 물류-생산 전진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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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른 새벽이면 중국 산둥(山東)지방의 닭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북 군산시는 중국 대륙과 가깝다. 상하이(上海)까지 4백30해리(7백96㎞), 칭다오(靑島)항은 3백14해리(5백82㎞)로 배로 5∼8시간이면 중국 땅을 밟을 수 있다.

전북도가 '중국과의 최단거리'라는 지리적 접근성, 1천여만평이나 되는 넓은 산업단지 등 배후 시설 등을 배경으로 환황해 경제특구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지역을 세계 모든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거대한 황금시장', 중국대륙으로 가는 교두보 겸 동북아의 허브항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북도는 내년 상반기께 중국 상하이에 통상사무소를 개설한다.

1백9개의 전북도내 민간사회단체와 각 지역 상공회의소들도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이 지역을 '환황해 경제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잇따라 제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잘 갖춰진 교통 인프라=정부는 2000년 우리 국토의 20년 후 발전방향을 담은 제4차 국토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군산·전주는 국토 개발의 뼈대가 될 남부 발전축(전주∼군산∼대구∼포항)과 환황해축(목포∼군산∼인천)의 교차점에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고 중국 진출 관문의 최적지로 돼 있다.

실제로 군산 지역은 육상·해상을 아우르는 교통망이 잘 형성돼 있다.

목포와 인천을 잇는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난해 개통되면서 4시간씩 걸리던 수도권까지의 이동시간이 2시간30분대로 짧아졌다. 주변 도시인 전주·익산·정읍은 호남고속도로가 통과한다.

지난 5월 전주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경기에 맞춰 전주∼군산간 자동차전용도로도 개설됐다. 이 도로 개통으로 1시간이 걸리던 전주에서 군산항까지의 거리가 30여분으로 단축됐다.

GM대우 자동차 군산공장의 진상범(陳尙範)부사장은 "해외 수출용 자동차 전용부두가 마련돼 있고, 국내 각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철도 등 물류·운송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특히 서해바다와 인접해 중국 시장의 전진기지로서의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철도는 장항선(서울∼장항)·군산선(전주∼익산∼군산)등이 산업단지까지 바로 연결돼 대량 화물 수송이 용이하고 물류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바닷길을 여는 공사도 한창이다.

군장 신항만은 1990년에 착공, 2011년까지 무려 1조4천여억원이 투자된다. 이 항만시설이 완공되면 5만t급 배 48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가 만들어져 수출입 화물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넓은 공업단지=군산시 주변에는 1천여만평에 이르는 공단이 조성돼 있거나 현재 만들어지고 있다. 서해안 지역에서 이처럼 넓은 배후공단을 갖춘 곳은 군산이 유일하다.

4백80여만평의 군장국가산업단지는 오식도·비응도 일대 바다를 메워 만든 것으로 2006년 완공된다. 평당 분양가는 30여만원으로 목포 대불(40여만원)·인천 부평(50여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인데도 LG·현대 등 기업체들과 벌써 42%의 분양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특히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38만여평은 2년 전 전국 최초로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앞으로 52만평이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군장국가산업단지 옆 소룡동에는 2백여만평의 군산국가산업지가 조성돼 GM대우 자동차를 비롯한 9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14만여평은 자동차부품 일체를 생산하는 집적화단지로 지정해 '미래 한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육성된다.

1백70여만평의 군산지방산업단지는 2년 전 완공돼 한국유리·기아특수강·대상 등 화학·금속·기계업종들이 들어와 공장을 돌리고 있다.

산업단지관리공단 전성택(全聖澤)군산지부장은 "군산지역 공단은 갯벌을 매립해 만들었기 때문에 지반이 단단해 공장을 지을 때 기초공사비용이 적게 들며 새로운 시설을 늘릴 수 있는 공장용지가 많아 대규모 외국기업들이 입주하기 좋은 조건"이라며 "공업·생활 용수가 하루 30여만t씩 공급될 정도로 물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군장국가산업단지 옆에는 33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막아 만드는 새만금간척지 공사가 한창이다.이 사업은 15년 동안 모두 1조4천여억원이 투자돼 여의도의 1백40배에 해당하는 대규모 농지가 조성돼 서해안의 지도를 바꾸게 된다.

◇과제=환황해 경제특구가 되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공항 확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산공항이 있긴 하지만 미공군의 활주로를 빌려쓰는 것이라 노선·취항 등에 크게 제한을 받고 있다.

전북도는 김제시 백산면에 40여만평 규모의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르면 2006년부터 비행기가 취항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부지매입이 끝난 상태며 이르면 연말께 첫 삽을 뜨게 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군장국가산업단지와 인접한 새만금간척지구 안에 국제공항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현재는 1억2천여만평의 광활한 땅이 모두 농지로 지정돼 있지만 관광·산업·주거 기능을 함께 살리는 복합공간으로 개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업유치 사업도 어려운 문제다.기업이 많이 들어와 공장을 돌려야 공단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도 덩달아 살아나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최근 군산시는 직원 2백명 이상의 외국기업,투자금 2억달러 자본을 유치할 경우 최고 1억원의 성과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강근호(姜根鎬)군산시장은 "정부는 이 지역을 동북아 거점 물류·생산기지로 육성한다며 수십조원을 투자해 왔다"며 "만일 경제특구로 지정받지 못하게 되면 앞으로 기업유치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기존 입주업체들도 빠져 나가게 돼 그동안 쏟아부은 엄청난 돈과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산=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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