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수매값 절충 실패… 2개案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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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성진근 충북대 교수)가 내년도 추곡수매가를 건의하면서 인하안과 인상안을 함께 내놓았다. 인상을 주장한 농민단체와 인하 필요성을 강조한 소비자단체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양곡유통위가 추곡수매가 건의안을 복수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복수안의 내용이 인하·인상을 함께 담고 있어 정부안이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된다. 정부안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이달 말께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곡유통위는 지난달 30일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2003년산 추곡수매가를 올해보다 2% 내리자는 소비자단체의 건의안을 제1안으로, 3% 올리자는 농민단체의 건의안을 제2안으로 하는 복수안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보다 2% 인하될 경우 수매가는 1등급 벼 80㎏당 16만4천3백70원이며 수매량은 5백32만6천섬이다. 3% 인상되면 수매가는 17만2천7백50원, 수매량은 5백4만3천섬이다.

양곡유통위는 2% 인하안에 무게를 두되 이를 채택할 경우 쌀 농가의 어려움을 고려해 현재 4천억원인 논농업직불제 예산을 8백억원 이상 늘릴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양곡유통위는 내년도 보리 수매가에 대해서도 2% 인하하는 방안(40㎏ 겉보리 3만8백60원, 쌀보리 3만4천9백80원)과 3% 인상하는 방안(겉보리 3만2천4백30원, 쌀보리 3만6천7백60원) 등 두 가지로 건의했다.

수매가 인하론은 내년 쌀 재고량이 세계식량농업기구(FAO) 권장량의 두 배에 이르며 2004년 쌀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감산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인하안을 채택할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지난해에도 양곡유통위는 사상 최초로 추곡수매가 4∼5% 인하를 건의했지만 정부는 동결하기로 결정했었다.

이번 양곡유통위원회 회의엔 20명의 위원 중 15명이 참석했으며 지난해 전원 퇴장했던 농민단체 대표 5명도 끝까지 참여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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