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殺 증언 테이프 공개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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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의문사진상위는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방부 특조단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특조단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의문사위 조사 과정에서 핵심 관계자들이 증언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특조단이 자살의 근거로 제시한 허원근 일병의 양쪽 가슴의 총상과 손가락 주변 파열 흔적에 대해 의문사위 측 법의학자인 서울대 의대 이윤성 교수가 직접 나와 반박했다.

李교수는 양쪽 가슴의 총상이 시간 차가 아니라 총격 거리 차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특조단의 주장에 대해 "옷에 묻은 화약의 면적이 같은 것으로 볼 때 두 발의 총격이 다른 거리에서 발사됐다고 볼 수 없다"며 "가슴에 생긴 두 발의 피격 흔적이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생긴 것이어서 혼자서 쐈다고 보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李교수는 "특조단은 양손 손가락 주변 파열 흔적이 許일병이 스스로 총을 쏘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다른 흔적을 종합해 볼 때 자살 과정에서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許일병의 아버지 허영춘(63)씨는 "아들이 또 한번 죽음을 당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許씨는 "국방부 특조단도 문제지만 이에 동조한 많은 법의학자에 대해 실망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의문사위 조사가 조작됐다"는 특조단 발표에 대해 김준곤 상임위원은 "의문사위는 許일병 사건 조사를 위해 1백51명에게서 2백여 차례에 걸쳐 진술을 받았다"며 "위원회가 입맛대로 일부만 채택했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남궁욱·윤혜신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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