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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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휴대전화 제작사 노키아가 단순함의 미학(美學)을 설파하고 나섰다. 한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신제품의 신문광고(사진)를 통해서다.

광고에서 한 남자가 휴지통에 난 불을 끄기 위해 멀리 소화전에서 커다란 호스를 꺼내 황급히 뛰어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휴지통 바로 옆에는 수도꼭지가 보란 듯이 놓여 있다. 수도꼭지 옆에는 '단순한 게 최선의 방법(Simplicity is the best way)'이라는 카피가 붙어 있다.

광고를 제작한 베이츠 관계자는 "휴대전화의 부가기능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사용하는데 불편해진 면이 있다"며 "자주 쓰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실용적이면서 단순한 멋을 지닌 노키아의 특징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점유률 1위 업체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힘을 못쓰는 노키아의 고민도 광고에 나타난다.

소방호스를 들고 뛰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면 수도꼭지로 상징되는 노키아가 눈에 뜨일 것이라는 말이다. '인생을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것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게 노키아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지만 한국인들이 이에 공감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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