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현대 기독교 음악>은 열린 신앙의 표현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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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박종호씨는 서울대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셨다는데 아니 어떻게 하다가 이런 길로 접어들게 되셨습니까?"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현대 기독교 음악)가수 박종호씨(40)가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반주자 없이 녹음기에 카세트를 꽂아놓고 노래를 부르는 일도, CCM 가수를 무명 연예인처럼 대하는 것도 꾹 참아온 그에게 이만큼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의 가치를 인정해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박종호는 CCM가수다. 대중가수도, 성악가도 아니여서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팬클럽 결성이 추진될 만큼 좋아하는 사람도 적잖다. 서울대 성악과 81학번인 그는 조수미와 선화예고·서울대 동기 동창이다. 성악과 재학 중 4년간 실기점수를 모두 A로 채웠고,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미성의 테너였다. 갑작스레 전도사로부터 성령 세례 제의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평생 CCM 가수로 활동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런 박씨가 CCM의 길에 들어선 지도 올해로 17년째다. 지금까지 발표한 11장의 정규앨범, 8장의 라이브·아카펠라·오케스트라 앨범이 그가 걸어온 길을 대신 말해준다. 성악가의 길을 포기하고 CCM의 길로 들어서서는 복음성가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휩쓸었고, CCM가수로는 드물게 대만·홍콩·일본은 물론 독일·파리·로마 등지에서 콘서트를 여는 영예를 누렸다.

3년반 동안의 미국 유학(메네스 대학 성악과·프로페셔널 스터디 과정)을 마치고 올해 돌아온 그는 최근 '바닥에 새긴 사랑'이라는 제목의 새 음반을 냈다. 맏딸인 지현의 곡('나그네의 집')을 받아 노래를 부른 것도 이번 음반의 특별함이다. 그는 또 '나는 박종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40년 인생을 정리해 자서전을 썼고, 공백기간 가졌던 변화를 노래로 들려주기 위해 12월 9일 세종문화회관(02-525-6929)무대에 설 계획이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고 기대하는 분들이 아마도 많겠죠? 그런 분들한테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전보다 훨씬 더 클래식 음악에 가까워졌다고요." 유학 중이던 2000년 뇌출혈로 쓰러져 '아찔한 순간'을 맞이했던 경험이 어쩌면 그의 음악에 무게를 보탰는지 모른다. 예전에 많은 이들의 눈총을 살 만큼 폭죽도 많이 터뜨리고, 힙합 댄스 등을 주저없이 끌어들여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였다.

그는 자신의 파격적인 무대에 대해 "기독인들이 갖고 있는 닫힌 신앙이 싫어서 벌인 일종의 시위였다"고 설명한다. 노래는 더 차분해졌지만 이번 콘서트 무대에서 조명과 특수효과 등을 통해 색다를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아무리 CCM이 신앙의 표현이라고 해도 예배당에 오는 느낌이면 안되죠. 문화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인 만큼 클래식 독창회보다 더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무대를 꾸미고 싶습니다." 현재 온누리교회(동부이촌동) 선교사로, 한동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자기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CCM이란=컨템포러리 크리스천 뮤직(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약자다. 형식면에서는 현대의 대중음악이 갖고 있는 모든 장르를 포함하며, 내용면에서는 기독교인의 정신을 담아내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CCM이란 용어가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1978년으로 추정된다. 기독교음악 산업계의 여러 정보를 전달하는 잡지가 있었는데 그 타이틀이 '컨템포러리 크리스찬 뮤직'이었다. 점차 이 용어는 기독교 대중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CCM은 현대의 대중음악에서 사용되는 모든 장르의 형식을 다 받아들였다. 모던 록, 발라드,재즈, 힙합, 하드코어, 펑키 등이 모두 CCM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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