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 암초'이후의 신의주 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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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빈(楊斌·사진)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이 지난 27일 중국 당국에 구속되고 장관직도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당국의 후속조치가 주목된다.

지난 9월 12일 북한이 공표한 신의주 특구는 7월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가속되는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을 이끌 교두보로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우선 楊전장관의 구속은 신의주 특구 개발에 필요한 돈줄을 막아버릴 것으로 보인다. 선양(瀋陽)에 본사를 둔 어우야(歐亞)그룹이 楊회장의 구속으로 휘청거리는 데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유치에 필수적인 특구의 공신력이 楊전장관의 인선을 둘러싼 잡음으로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신의주 개발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남한을 다녀간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을 비롯한 경제시찰단도 이런 뜻을 밝혔다.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단둥(丹東)의 한 소식통은 "일부에선 어우야 그룹이 신의주 특구의 땅을 배정받았다는 설도 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특구 건설을 위한 주민이주나 행정구 청사 마련 등의 준비는 꾸준히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특구 건설이 다시 속도를 내려면 새 특구장관이 뽑히고 투자유치 계획 등 새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후임 장관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楊전장관과 비슷한 화교 출신이 될 것이란 설이나 재미교포 기업인이 맡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과 가까운 이탈리아 기업인 B씨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친분 등을 이유로 거론된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특구장관은 북한에서 임명장을 받는 것은 물론 충성맹세도 해야 하므로 남한사람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종·고수석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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