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마무리…새학기 대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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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목전에 둔 요즘 각 가정은 한창 전쟁 중이다. 방학 내내 길들여진 늦잠 습관에다 별로 부담 없어 보이던 방학숙제는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녀의 방학숙제는 어떻게 정리하고, 공부습관·생활리듬은 또 어떻게 바로 잡는 게 좋은지 알아봤다.

결과물 보여줄 수 있는 캠프 보고서 선택해 정리

 허미경(42·경기 분당)씨는 방학 중엔 아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책상에 같이 앉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허씨는 마음먹고 아들 용석규(경기 분당 신기초 5)군과 자리를 함께 했다. ‘방학 돌아보기’를 위해서다.

 우선 방학 숙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유주제 숙제부터 점검했다. 허씨는 “방학 때 다녀왔던 캠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정리해보자”고 용군에게 제안했다. 용군은 지난 주 다녀온 소방안전캠프를 꼽았다. 분당소방서에서 지역 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1박2일 체험캠프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경기소방학교에서 용군은 연기 속 미로 찾기, 암벽타기, 소방호스로 물 뿌리기 등을 체험했다. 하지만 이 체험은 방학숙제에서 제외됐다. 사진 자료 말고는 딱히 결과물을 보여줄게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7월말에 다녀온 별자리 천문캠프 보고서를 방학숙제로 택했다. 분당 정자청소년수련관이 경기도 가평 천문대에서 실시한 이 캠프에서 용군은 태양계를 직접 점토로 만들었다. 꺼내놓고보니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과제물이 됐다. 여기에다 집에서 재미 삼아 만든 별자리 관측기도 함께 곁들였다. 허씨는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체험캠프를 워낙 좋아한다”며 “캠프를 많이 다녀오면 자유주제 숙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기 쓰기는 평소에 다니던 논술학원에서 틈틈이 일기를 써와 크게 부담이 없었다. 독서기록은 인터넷에서 독서기록부 양식을 다운로드받아 정리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정해 준 권장도서 중 아직 읽지 못한 분량을 매일 나눠 개학 전까지 모두 읽을 계획이다.

개학 1주 전부터 생활패턴 다잡아야

 김민규(서울 중동중 1)군은 방학 동안 공부한 것을 노트에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공부량이 적어서다. 영어·수학 학습지를 다시 풀어보고 방학 중 진로탐구활동을 돌이켜 보면서, 민사고 등 자율고 진학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대성N스쿨 특목센터 김박현 소장은 먼저 “자신의 비전을 다시 한번 상기하라”고 충고했다. 이를 위해 방학 끝 무렵 사설기관에서 여는 강연회나 설명회에 참석해보라고 제안했다. 또 “생활 패턴을 학기와 똑같이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며 “짧지만 1주일이라도 등교해 수업을 하는 것처럼 생활해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방학을 소홀히 보낸 자책감에 갑자기 무리한 학습량을 책정해선 안 된다. 1일 학습량을 정하고 가능한 한 지키되, 다소 수월한 목표를 세워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게 좋다.

 마음누리 클리닉 정찬호 원장은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체리듬을 학기 중과 같이 되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올빼미족’으로 변하는 데는 의학적 원인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커튼이 쳐진 방안에서 며칠을 생활하다보면 날마다 취침시간이 30분씩 늦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내부 생체시계 때문에 생기는 이른바 ‘수면지연현상’이다. 개학을 앞둔 가정의 가장 큰 갈등요소가 기상 시간이라면 바로 이 생체시계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정 원장은 “내부 생체시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외부 생체시계만이라도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교시간, 해가 뜨고 지는 것, 식사 등 대표적인 외부생체시계부터 학기 중과 맞추라는 것이다.

[사진설명] 허미경씨와 용석규군이 자유주제 방학숙제로 체험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각종 체험캠프 결과물을 정리하고 있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경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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