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귀염둥이 생쥐 책방에서 길러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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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으악, 저게 뭐야!" "생쥐다 생쥐. 어디?"

옆에 있던 아이들도 몰려들고 어른들도 기웃기웃. 달려가보니 이미 구석으로 사라져버렸다.

"정말 생쥐야?" "그럼요, 요만했어요."

한 아이가 손가락 몇 개를 펴보이며 크기를 얘기한다. 징그럽다는 둥 귀엽다는 둥 느닷없이 나타난 쥐로 어수선해졌다. 도대체 이 안에서 뭘 먹고 사는지 걱정까지 해대며.

근데 이 녀석은 그 뒤로도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타나 사람들을 놀래키고 사라져버린다. 문밖 마루 밑에 살던 생쥐가 틀림없는데 어떻게 안으로 들어왔을까? 책방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나? 눈치가 빤한지 사람들이 많을 때는 안 나타난다. 되게 걱정했는데 며칠 뒤 밤에 열린 어린이 피아노 연주회 때는 찍소리 않고 숨어 있었다. 드디어 그 녀석이 나간 줄 알았다. 그런데 모두 돌아가고 자리 정돈을 하는데 슬금슬금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책에 나오는 생쥐들은 그래도 봐줄 만하다. 13세기 독일 하멜른에 있었다는 피리부는 사나이에 등장하는 그악스러운 쥐떼와 호두까기 인형에 등장하는 사악한 쥐보다 귀엽고 앙증맞은 친근한 쥐들이 많다.

『일곱마리 눈 먼 생쥐』(시공주니어)의 일곱 색깔 쥐들은 거대한 코끼리를 오르내리며 애교 있는 다툼을 벌인다. 이리저리 생긴 것 보면 이것은 무엇이 틀림없다고.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인데, 아이들에게 상아를 만져본 쥐가 친구들에게 달려가 뭐라고 했을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나름대로 상상해서 대답한다.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의 『겨울이야기』(마루벌)에 등장하는 쥐들은 더 이상 쥐가 아니다. 쥐의 모습만 빌렸을 뿐 사람처럼 생활한다. 고목나무 속에 자리잡은 그들의 집은 한번 들어가 살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한 장식들로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그림 속 소파에 앉아 벽난로 불을 쬐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의 사는 모습이 우리보다 더 아늑하고 잔재미가 넘친다.

우크라이나 민화인 『장갑』(한림)에서도 길가던 할아버지가 떨어뜨린 벙어리 장갑 한 짝에 맨 먼저 찾아든 것도 쥐다. 책장을 넘길수록 개구리 토끼 여우 이리 멧돼지 곰들이 찾아든다. 장갑은 곧 터질 듯한데 집 꼴을 갖춰 가는 걸 보면 실실 웃음이 새 나온다.

시인이 된 쥐도 있다. 『프레드릭』(시공주니어)의 주인공 프레드릭은 다른 들쥐들이 일할 때 색깔을 모으고 따스한 햇볕을 모은다. 차가운 잿빛 겨울 날 프레드릭은 자신이 모은 걸 시로 표현하고 들쥐들은 따스함을 느낀다.

작은 몸을 가진 생쥐를 친근하게 표현한 책이 한둘이 아니다. 곰 아저씨와 함께 사는 셀레스틴느도 있지 않은가!

이런 책들을 생각하며 가끔씩 오는 아이들에게 햄스터를 기르는 것처럼 서점에서 생쥐를 기르면 어떠냐고 물었다. 햄스터는 꼬리가 짧은데 생쥐는 꼬리가 길어서 싫단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 두어 분은 기겁을 하신다. 그렇다면 이 녀석을 쫓아내야 할 텐데 어떻게 쫓아내지?

<어린이 책 전문서점 '동화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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