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따라 변하는 여성의 책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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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들의 독서취향은 나이에 따라 뚜렷이 변한다.

우선 여고시절이나 여중시절에는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는 책을 많이 보지 않는다. 알라딘의 18세 이하 여성 구매통계를 보면 최근 6개월간 이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 20권 가운데 18권이 학습 참고서나 교육방송 교재였다. 단 2권의 예외는 『아홉살 인생』(청년사)과 『오페라의 유령』(문학세계사)인데, 매스컴이나 공연예술 등 출판시장 외부로부터 힘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생이 된 여성들의 화두는 영어로 바뀐다. 알라딘의 19∼22세 여성 고객들이 즐겨 읽은 책 1위에 『토익 점수 마구 올려주는 토익』(능률영어사)이 오른 것을 비롯, 최상위 20권 중 8권이 영어 학습서로 채워졌다. 이 와중에서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친구)가 꿋꿋이 4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꽃다운 그 시절'을 어렵게 말해준다.

결혼하기 전까지의 20대야말로 여성들의 르네상스다. 책에 대한 관심의 폭도 넓어진다. 『아홉살 인생』이 1위로 약진한 것을 비롯, 교육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스테디셀러 『창가의 토토』(프로메테우스)가 3위에 올랐으며, 틱낫한 스님의 『화』(명진출판사)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열린책들)도 20위 안에 들었다.

여성들이 어머니가 되면 삶의 우선 가치가 아이들로 바뀐다. 알라딘 30대 여성고객들이 즐겨 산 책 최상위 20권은 모두 어린이책이다. 이들은 어린이책 구매자이자 독자다. 자녀들과 함께 어린이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서평도 올린다. 다른 어머니들이 쓴 서평도 열심히 읽는다.

여성들이 40대가 되면 자녀들은 이미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고, 자신을 위한 독서가 겨우 되살아난다. 틱낫한 스님의 『화』는 40대 그룹에서 4위까지 올랐다. '50문장만 죽어라 외워라'는 부제가 달린 『50 English』(디자인하우스)가 16위에 오른 것도 이채롭다. 나이 사십에 여성들은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자신을 찾는 것일까 싶다.

조유식 인터넷서점 알라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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