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취업 박람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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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탈북자라는 선입견에 빠져 외면하기보다는 그들의 직업능력 향상에 우리가 얼마나 보탬을 줬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22일 서울 구기동 통일회관(이북5도청사)에서 탈북자를 위한 첫 취업박람회를 연 코리아리크루트 이정주(李貞周·45)사장. 그는 적합한 일자리 알선이 탈북자 정착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첫 직장에서 한달도 못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오랜 탈북·도피생활로 영양부족 상태에 빠져 몸이 버티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 목숨을 건 탈북에서 오는 정신적 공황이나 불안감도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어렵게 합니다.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직장알선이 실패한 이유죠."

李사장은 탈북자들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권한다. 탈북자의 적응이 쉽고 구인난에 허덕이는 기업측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를 고용할 경우 정부가 급여의 50%를 2년간 보조해줘 기업측의 반응이 좋다는 것.

박람회는 서울과 경인·대구지역의 30개 중소기업과 탈북자 1백50여명이 참가했다.

전자부품업체 ㈜ 상삼과 상담한 박모(22·여)씨는 "남자직원 중 무서운 사람은 없느냐"며 직원 중 여성비율과 여직원의 연령분포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또 손녀와 대학생 아들과 함께온 이모(51·여)씨는 나이가 있는 여자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없다며 실망감을 보였다. 모두 낯선 남한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것이다. 경제학 박사(노동경제학 전공)인 李사장이 탈북자 취업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7월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취업알선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부터다. 후원회와 탈북자 취업지원 업무협약도 맺었다.

李사장은 "2천9백10여명인 국내 탈북자 중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의 35%가 직업이 없을 정도로 탈북자의 취업문제는 심각하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글=이영종, 사진=김태성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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