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13명 美 대가족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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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많은 미국인들은 요즘 케빈 켈리 사건을 보면서 아무리 아이들을 좋아해도 너무 많이 낳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을 것이다.

46세인 켈리는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대가족을 열망해 아내와 쉴새없이 아이들을 만들어냈다. 2년 전 여름엔 13번째인 딸 프란시스가 태어났다. 켈리에게 아이들은 인생의 전부였고 켈리는 가족에 헌신했다. 그러나 주의깊게 돌보기에 13명은 너무 많았다.

지난 5월 아내 메리와 맏딸이 병든 친척을 위문하러 아일랜드로 떠났다. 켈리는 정신없이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그달 29일 아침 켈리는 밴에 21개월 된 프란시스와 다른 아이들을 태워 외출하고 돌아왔다.

켈리는 유아석에 프란시스를 남겨둔 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10대인 아들과 딸이 막내동생을 돌보려니 생각했다.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다른 사람이 프란시스를 챙겼을 것으로 믿었다. 켈리는 여러 일로 바빴고 다른 아이들도 복잡한 일상사로 분주했다.

그렇게 7시간이 흘렀다. 벨트에 매인 프란시스는 울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더운 날씨로 차안 온도는 50도로 치솟았다. 지나가던 이웃이 발견했지만 프란시스는 이미 입에 거품을 물고 죽어 있었다.

검찰은 켈리의 부주의로 어린 생명이 죽었다며 그를 기소했다. 최고 15년 징역이 가능한 죄목이었다. 켈리는 20일 유죄평결을 받았다. 다음달 4일 배심원단은 판사에게 제시할 선고형량을 정하게 된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자녀 13명의 대가족 안에서 벌어졌던 여러 일들이 속속 드러났다. 아이들을 잃어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웃 주민들은 아이들이 아장아장 동네 찻길을 걸어다니는 위험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열살이 넘은 아이들은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중압감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켈리의 변호인은 "켈리 가족에 문제는 있다. 하지만 켈리를 감옥에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 켈리는 이미 상심(傷心)으로 말할 수 없는 징벌을 받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또 다른 프란시스를 막기 위해 이 사건을 엄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의 평화와 어린아이의 생명. 하나만 고를 수 없는 두가지 가치 사이에서 미국 사회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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