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공백은 수출이 메워 문제는 내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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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우리 경제가 그런대로 잘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반기 경기를 이끌었던 내수가 둔해지고 있지만 그 공백을 수출이 메워주는 모습이다.

3분기 GDP성장률 5.8%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5%대 초반)을 여전히 웃돈 것이며, 세계적으로도 중국(7%대) 다음으로 우수한 성적이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대외 경제환경과 대통령 선거 뒤 새 정부 출범 등 앞길의 짙은 불확실성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갈지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성장의 축이 내수에서 수출로 옮겨감에 따라 대외 여건 변화에 더욱 신경써야 할 처지가 됐다.

◇경기 연착륙 기대=3분기 들어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하지만 일단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완만하게 내려앉는 '연착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직전 분기와 비교한 GDP 성장률은 지난 1분기 중 1.9%로 단기 정점을 지나 2분기에 1.4%, 3분기엔 1.3% 등으로 낮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3분기에 장마와 태풍 등 천재지변에도 불구하고 전분기보다 1.3% 성장한 것은 우리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가 수출에 너무 의존하는 쪽으로 흐르는 점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부문별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보면 수출이 7.6%나 뛴 반면 민간소비(-0.2)·건설(-5.4%)·설비투자(-4.7%) 등 나머지 부문은 모두 마이너스로 기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宋연구위원은 "수출의 성장 기여율이 49%에서 71%로 급등함에 따라 대외 여건이 갑자기 나빠지면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을 늘려봐야 교역조건이 나빠져 실제 소득 증가는 생산 증가 폭에 못 미치는 점도 문제다. 3분기 중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수출단가의 하락을 반영해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엇갈리는 전망=한은 이성태 부총재보는 "한마디로 지금 경제는 짙은 안개 속에 놓인 형국"이라며 "어느 때보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과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GDP 성장률이 6.0%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내년 전망치는 큰 편차를 보인다.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가 4.5%를 제시한 반면, JP모건과 도이체방크는 6.2%를 예상했다. 금융연구원(5.5%)과 삼성경제연구소(5.3%) 등 국내 연구기관들은 5%대를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미국 경기와 이라크 사태 등 대외 여건이 워낙 불투명해 세계경기의 바닥탈출 시점에 대한 예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쪽은 세계경기가 내년 2분기께 바닥을 지나 하반기부터는 본격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비관적인 쪽은 내년도 계속 어렵고 2004년 들어서나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내수 둔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새 정부가 아무래도 공공사업 등 내수 진작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와 노동계의 충돌이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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