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제, 근본 개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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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말썽 많은 외국인 불법 근로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원 강제 출국 방침을 바꿔 단계적으로 이를 유예하는 수습방안을 내놓았다. 내년 3월까지 26만명이 일시에 떠날 때 산업현장의 혼란을 생각하면 대책 마련은 불가피하다. 어쩌다 법은 법대로 못지키고 국가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현 외국인 근로자제도의 골간인 산업연수생제는 인권유린·송출비리 등 숱한 문제를 둘러싸고 이의 폐지 요구와 존속을 주장하는 중소기업 등 경제계의 반대가 평행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마저 그 중간에 떠밀려 온 결과 유예 1년 만에 재차 유예해주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정부의 어제 대책은 노동력의 신규도입에 따라 불법체류자의 출국을 늦추는 수급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산업연수생제의 근본 보완책을 다시 마련한다는 설명이나 이 문제를 마냥 차일피일 미루기에는 그 부작용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지나쳐 봐서는 안된다. 정부가 출국유예조치를 취했다 해도 현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둔다면 불법체류자 문제는 다시 불거질 것이다.

산업연수생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아니어서 노동법의 보호를 못받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시민단체와 노동부가 대안으로 근로자 대우를 제대로 하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촉구한 지 오래다.

물론 산업연수생제를 없앨 경우 인건비 상승 등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중소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연수생은 내국인 근로자의 80% 안팎의 임금을 받고 있다. 또 국내 근로자의 일자리를 잠식해 실업률을 높이고 적응 실패의 경우 범죄 증가 등 복잡한 사회문제의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문호는 향후 국제적인 노동시장 개방이나 국내 노동력부족 추세로 보아 더욱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노동수입국으로 투명한 제도를 만드는 게 마땅한 일이다. 일거에 고용허가제로 전환은 못하더라도 차제에 제대로 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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