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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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무더워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거나 무더워서 어디로도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몰바니아’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나라에 대한 이 상세하고도 재치 있는 여행서는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줄 것이다. 배워도 늘지 않는 외국어에 대한 걱정도 없고 나날이 치솟는 환율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올여름은 몰바니아로 떠나보자. by 편**

나를 부르는 숲
여행 중 책을 읽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일 중 하나이다. 특히 여행지와 여행책이 일치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해안 바닷가에서 히말라야 등반 일지를 읽는 것. 인도 배낭여행을 하며 마추픽추에 관한 글을 읽는 것. 그런 의미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휴가철에 오직 집에만 있는 분들에게 아주 제격인 소설이다. 주인공이 3,360km나 되는 길을 걸으니까.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장담하건대, 두 장에 한 번씩은 웃게 되리라.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다리가 아파질 것이다. (곁들여 읽으면 좋을 책 - 『나는 걷는다』 이 분은 1만2000km를 걷는다) by 윤**

결혼·여름
카뮈가 사상가로 출발하기 전인 20대 시절 냈던 첫 산문집으로 지드의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과 더불어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3대 신문집으로 꼽힌다. 모로코, 튀니지 등의 지중해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에세이로 굉장히 시적이다. 여행 중 물가에 앉아서 또는 산책하면서 읽기 좋을 것 같다. 내가 읽은 것은 불문학자 김화영 씨가 번역한 책.
by 김**


매일 떠나는 남자/롤랑 그라프
여기 평생에 걸쳐 여행 준비를 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고심해서 캐리어를 사고 모자를 사며 리넨 양복을 산다. 이 모든 일들은 아주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결과적으로 그는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는 제목처럼, 매일매일 떠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긴 떠남’을 상상하며 하나씩 준비물을 사들일 때 그는 날마다 낯설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머무는 그 자리를 상상하며, 그 상상의 힘으로 일상을 다독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당신이 그를 읽을 차례다. by 윤**

아이, 뱀파이어
여름 휴가의 독서라면 가볍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이 적당할 것 같다. 쉬는 게 휴가니까. 아이 뱀파이어는 아주 웃기고 독특한 뱀파이어 소설이다 웃자고 쓴 소설이라고 저자가 에필로그에 밝혔듯이 이 책을 관통하는 건 유머다. 일면 유머를 위한 무리수도 있지만 곁들여져 있는 현대사의 미스터리들에 대한 해석의 재미로 상쇄된다. 피를 빠는 뱀파이어로 웃기기는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by 박*

진화 신화
김보영 작가가 그동안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단편을 모은 두 편의 단편집 <진화 신화><멀리 가는 이야기>가 최근 출간되었다. 둘 다 훌륭한 단편집이지만 그중 <진화 신화>를 추천하는 것은 더 가볍기 때문이다. 가방에 넣어 들고 다녀도 전혀 부담 없을 크기와 무게의 책이다. 김보영 작가의 단편의 특징은 짧은 길이의 단편에서 구현했음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광대함이다. 작가가 치밀하게 쌓아올린 글의 밀도가 어느 순간 독자에게 사유의 확장을 주며 광대한 감정을 접하게 한다. <진화 신화>에서 김보영 작가의 솜씨를 느껴보기 바란다. by 김**

아웃
더위를 잊게 해줄 하드고어 장르 소설. 남편을 밀쳐 죽게 한 여자가 살인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된 여자와 공모하면서 시체를 절단하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 ‘생활밀착형 토막살해’랄까. 캐릭터도 독특하고 그리고 있는 소설 속 세계도 굉장히 특이하다. 역겹다고 하면 역겨울 수 있는 소설이지만 작가로서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그 엄청난 흡입력, 생활과 피를 접합시킨 그 놀라운 천재성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by 백**

기획_김강숙 사진_김태현

슈어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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