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垓字<해자> 한강지류 활용한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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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서남쪽 성벽 외곽 지하 9m 지점에서 발견된 해자(垓字:성 주위를 둘러 싼 못이나 큰 물길)는 한강 지류를 활용한 자연 해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연구실(실장 신창수)은 18일 해자의 존재가 확인된 풍납동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 지도위원회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조유전 전 문화재연구소장은 "지하 9m 지점에서 발견된 하상(河床·강바닥)에서 강자갈이 나왔고, 하상에서 성벽까지의 거리가 1백여m에 불과한 점으로 미뤄 하상과 성벽의 관계는 명백하다"고 밝혔다. 하상은 해자임이 분명하고 인공적으로 조성하지 않은, 한강의 지류를 활용한 자연 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1월 9일 29면>

조 전소장은 "한강 전체가 백제의 도읍 풍납토성을 둘러싼 거대한 해자 기능을 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지도위원회는 22일 해자의 운명을 결정할 문화재위원회를 앞두고 열린 '예심'격이다. 조 전소장은 "좀 더 분명한 하상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성벽 쪽으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지도위원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22일 문화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날테지만, 추가 조사나 해자 주변에 대한 추가 사적지정이 이뤄질 경우 삼표산업이 해자를 포함한 부지 위에 신축 계획 중인 사옥 건설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문화재연구소가 시굴 조사한 지역은 가로·세로 18m×12m 넓이다. 지하 9m 지점에서 해자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뻘층이 발견됐고, 백제 기와조각과 조선시대 백자 등이 발견됐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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