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사업] "제2 시화호 돼선 안돼" 재판부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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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권고안은 새만금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엔 때가 늦었지만, 정부의 사업계획이 이제라도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또 막대한 국가예산 낭비를 막고, 낙후된 전북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현실적인 개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는 새만금 사업의 중단을 주장해온 환경단체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사실상 사업계획의 재검토를 의미한다. 양측이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이든, 어느 한쪽이 거부해 1, 2, 3심 판결을 거치든 정부가 당초 계획한 사업은 상당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조정안의 핵심은 새만금 간척지의 활용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새만금 사업으로 형성되는 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하겠다"는 농림부 측의 입장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간척지에 복합산업단지.관광단지 등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고, 농지가 조성되더라도 전북지역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간척지 용도 확정→환경영향 평가→수질관리 대책 마련' 등의 순서로 사업을 다시 진행하라는 것이 재판부의 주문이다.

◆ "환경 고려한 조정안"=이번 조정안에서 가장 중시된 고려사항은 환경 문제다. 재판부는 농림부가 간척지에 조성하려고 하는 1만1800ha 규모의 새만금 담수호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만금이 제2의 시화호가 돼서는 안 된다. 새만금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드는 것은 후손에게 죄악이 될 것"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특히 공업.관광단지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면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이 공업용수.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농림부 측이 내놓은 수질대책을 다 동원해도 담수호의 수질은 농업용수로만 겨우 사용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재판부는 예상했다.

조정안은 갯벌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방조제 완공으로 인근 해역의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할 경우 최소한 20조원 이상이 들고, 단지가 2017년에야 건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기.비용 측면에서 희생이 큰 데 비해 실익이 과연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예산 절감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담수호 조성 포기를 재판부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 "합의 때까지 방조제 완공 못해"=조정안은 정부.환경단체.전북지역 대표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와 사업 추진 일정을 다시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 방조제가 건설되지 않은 마지막 2.7㎞ 구간에 대해선 위원회가 합의할 때까지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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