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10만·미군 1000명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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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서 전쟁이 터진다면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최근 가상 전쟁(워게임)을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전직 관료와 군사 전략가·중동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가상 전쟁의 결론은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한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기는 하겠지만 만만찮은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전쟁 기간 중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군 수뇌부가 심각한 의견충돌을 몇 차례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개전 초기엔 정치 지도자들이 바그다드 진공에 주력하는 군부에 속도 조절을 요구해 마찰을 빚게 된다. 지상군 가운데 일부를 이라크 서부로 보내 이스라엘을 향한 스커드 미사일 발사를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바그다드 입성이 눈 앞에 다가오면 이 같은 입장이 역전된다. 군부는 병력 손실을 우려해 작전에 신중함을 보이지만 정치인들은 후세인 제거를 서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 전쟁에서는 이 과정에서 1천명의 미군과 5만∼10만명의 이라크 국민이 희생당했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후세인을 대신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반(反)후세인 망명정부와 수니파 반군 등이 포스트 후세인을 노리는 동안 미군이 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라크 주변지역 곳곳도 전쟁의 여파에 휩싸이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영공은 개방하지만 공군기지와 지상군 주둔기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군의 작전 범위가 제한돼 주변지역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터키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침입하지만 미국은 전략적 득실을 따져 적극적으로 이를 저지할 수 없게 되고, 요르단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집단 소요를 일으킬 것이라고 브루킹스 연구소는 예측했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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