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토론' 정책조율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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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방송사 주관이 아닌 토론회를 1회에 한해 중계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TV토론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단 1회라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과 통합21 측은 1회로 한정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관리 최고기구의 결정은 일단 존중돼야 한다. 각 정파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 현실과 법 규정을 절충한 선관위의 결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성과 기회균등 저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배려한 고심으로 이해하는 게 현실적이다.

우리는 선거를 한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이뤄지는 특정 후보 간 토론회의 집중 방영이 공정성을 해칠 소지가 큼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두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한 토론회인 만큼 특정 세력의 일방적 선전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였다. 알 권리를 빌미로 한 공정성 훼손을 걱정한 것이다. 선관위의 결정도 단일화에 대한 국민여론과 이같은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법과 정치 현실을 절충하는 과정에 편법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나무랄 상황만은 아닌듯 싶다. 선관위는 나아가 盧·鄭후보 이외의 후보가 대담·토론 TV 중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형평성·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있어 불가피한 대안으로 이해된다.

위법시비가 거센 가운데 진행되는 만큼 토론회를 주관할 제3기관과 두 후보의 자세는 더욱 중요하다. 토론회를 제3후보에 대한 비난의 장으로 활용해선 안되며 내실있는 진행이 되게끔 해야 한다. 두 후보는 아직도 의구심이 이는 단일화에 대한 명분을 정리하고 정책의 우월성과 이질적인 정책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등을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토론회를 선전장으로만 활용하려 든다면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게 됨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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