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절반 이상 이웃 위해 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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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서울영동교회는 1976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건물에 투자한 적이 한번도 없다. 80년대 '한국교회부흥기'를 거치면서도 이 교회를 개척한 손봉호 서울대 교수가 세운, '교회를 위해 쓰는 것은 아끼고, 바깥에 지원하는 데는 관대하자'는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 대형화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지금 서울영동교회의 평균출석 교인이 약 9백명인데, 그동안 어느 정도 규모가 커졌다 싶으면 '분가'를 시켜왔다. 한영교회·일원동교회·서울남교회·샘물교회·일산전원교회·다니엘교회가 서울영동교회와 관련있는 교회들이다.

3년 전 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한 정현구(44·사진)목사를 13일 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25년여 동안 내려오는 교회의 전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을 중히 여기고, 교인들에게 헌금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기 교회 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교회의 전통입니다. 헌금의 경우 그야말로 신자들이 하나님 앞에 하는 것이거든요. 헌금과 관련해서는 회계관계자 몇 명만 알 뿐 저도 모릅니다."

-주로 어떤 곳에 도움의 손길을 줍니까.

"시골의 미자립교회와 고아원도 있지요. 장애인들에게는 아무리 많은 도움을 줘도 모자랍니다.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청소년들도 많아요."

현재 서울영동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 단체는 전국 3백여곳에 이른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 바깥으로 나가는 예산은 전체의 50%를 웃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장애인 주일학교에는 장애인이 50명 가량 참여한다. 주일학교와는 별도로 토요일에도 장애인을 데려다 돌봐준다. 장애아 부모들에게 자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얼마전에는 장애인들에게 제주도 관광을 시켜줬다.

-장애인과 함께 하다보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 것 같지만, 저는 그 도움이 쌍방향으로 오간다고 봅니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고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맘이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목회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가치관이 있다면.

"사회 현실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종교가 추구하는 거룩함을 일상 속에서 직업을 통해, 삶을 통해 드러내보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세속 속의 성자'라고나 할까요. 그런 젊은이들을 많이 배출하고 싶습니다. 경제생활이나 가족생활, 그런 것들 평범한 일상이지만 참으로 중요합니다."

-교회내 조직이 민주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교회의 '머리'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입니다. '목사도 가르치는 장로'일뿐입니다. 그 진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교회의 성직자들은 담임목사와 부목사, 전도사 가리지 않고 철저히 생활비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다. 기본급이 똑같고, 가족 수당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담임목사보다 월급이 더 많은 전도사도 가능하다. 차이가 있다면 담임목사의 경우 차량유지비가 보태지는 정도다. 이 전통은 정목사가 부임하기 오래 전부터 내려온 것이다.

부산출생인 정목사는 부산대학교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고려신학대학원(1992졸업)·예일대(94)·벤더빌트대(2001)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정명진 기자

m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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