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까지 나서 두뇌유출 막아 장학금 충분·잡무부담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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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 고베대 언어학과 석사 과정의 李모(31)씨는 매달 문부성이 주는 국비 장학금 13만엔(약 1백3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학교에서 학기마다 조교 장학금 10만엔을 받는데 교수 연구 보조 외에 잡무는 전혀 없다.

李씨는 "자신의 연구계획서가 문부성·일본학술진흥협회 등의 심사를 통과한 대학원생들에게는 3년간 매달 20만엔씩의 연구비가 보장돼 돈 걱정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신문방송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 유학 중인 강모(26·여)씨는 주당 20시간 일하는 조건의 연구보조원 장학금 제도로 수업료 면제는 물론 한달에 1천3백달러(약 1백56만원) 가량의 생활비 지원까지 받는다. 장학금만으로 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강씨는 말했다.

국내 대학원생들의 해외 유학행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선진국들의 여유로운 연구 환경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고급 두뇌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보다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이 나은 프랑스·캐나다 등은 최근 대학원생들의 미국행이 늘자 해당 부처 장관들이 직접 연구조건 개선 등을 내걸고 젊은 연구인력들을 붙잡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는 '학생연구원동맹' 회장인 니콜라 르그랑과 로제 제라르 슈바르젠베르그 연구부장관 사이에 대학원생 연구 여건을 놓고 즉석 토론이 벌어졌다. 학생연구원동맹 측이 "박사 논문 준비생이나 박사 후 과정 학생 등을 정식 연구인력으로 대우해 달라"고 요구하자 슈바르젠베르그 장관은 바로 "이들의 업무에 맞는 연구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는 국가기관에서 대학원 졸업생 등 젊은 인력을 적극 수용하는 '과학 고용의 예측관리 10개년 계획(2001∼2010)'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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