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폭탄에 얽힌 배짱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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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제5보

(96~119)=백로 젖히자 흑로 지킨 장면.이때 96으로 끊은 수가 羅9단의 재치가 번득이는 맥점이다. 백은 98과 100으로 양쪽에서 펀치를 넣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曺9단은 100에서 손을 빼 101,103으로 특유의 속력행마를 선보인다. 폭격을 당한 상변은 이미 집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보고 다른 쪽에서 번 다음 그쪽은 목숨만 구하겠다는 전략이다. 107은 曺9단다운 강수. '참고도1'처럼 두면 개운하지만 구차스러워서 따로따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작은 펀치가 상변에서 오갔다. 그리고 우변과 하변에서도 끝내기를 하는 듯 잰걸음이 분주하다. 그러나 이면에선 아주 큰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백이 A로 움직여 나오는 수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한번 터지면 판은 쑥대밭이 된다.

羅9단은 108,114 등으로 원병을 보내 그 수를 위협하고 있고 曺9단은 한번 터뜨려보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117을 보면서 검토실은 "백이 드디어 결행할지 모른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참고도2' 백1을 결행하면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 모를 대전투가 벌어진다. 그러나 羅9단은 다시 한번 118로 참으며 기회를 봤고 그 순간 曺9단은 119로 지켜버렸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협찬: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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